이 기사는 05월 03일 15: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제시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인플레이션·고금리 등의 여파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았다는 분석이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유틸리티 산업의 영업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적자 시달리는 기업 신용도 '흔들'
루이 커쉬 S&P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은 1.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열린 세미나에서 올해 성장률을 1.4%로 예측한 것에 비해 0.3%포인트 떨어졌다. 내년 성장률은 2.4%로 내다봤다. 그는 “글로벌 소비 수요가 둔화한 데다 고금리 등을 고려해 성장률이 작년보다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S&P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평가했다. S&P는 2016년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뒤 계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높은 가계부채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주요 43개국 가운데 3위에 달한다.
킴엥 탄 S&P 상무는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의 국가부채가 상승했다”며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고금리가 지속되면 가계 소득의 상당 부분이 이자 비용으로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한국 기업의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S&P는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유틸리티 업종 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는 게 S&P의 관측이다.
박준홍 S&P 이사는 "올해 하반기 한국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 신용등급 조정이 긍정적 조정을 웃돌았다"며 "이는 내년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은 메모리 반도체 침체로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3조4023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도 업황 악화로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 구도가 향후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박 이사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 반등이 예상된다”며 “다만 구체적인 반등 시기와 속도는 반도체 수요가 얼마나 회복되는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내년쯤"
디스플레이와 유틸리티 업종도 S&P가 들여다보고 있는 업종이다. 패널 공급 과잉 등에 따른 LCD 시장 위축 등으로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기업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로 대표되는 유틸리티 업종은 정부의 전기료 인상 억제로 차입금이 급증하는 추세다. 반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제기됐다.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캐피탈, 증권, 저축은행 등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게 S&P의 설명이다. 정홍택 S&P 상무는 “은행은 그간 부동산 PF 익스포저 규모를 많이 축소했다”며 “아파트 비중이 높은 은행과 달리 캐피탈, 증권, 저축은행은 유동성 위험이 큰 상업용 부동산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내년부터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건 이후 첫 2회 연속(올해 2월, 4월)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종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커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당국에서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정 수준 통제되는 상황”이라며 “한국은행과 Fed의 기준금리 인하는 내년쯤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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