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견한 단요 작가의 장편소설 <인버스>는 놀랍게도 이런 고민을 해소해준 소설이었다. 같은 해 SF 청소년 소설 <다이브>로 데뷔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그가 연말에 성인 대상으로 선물시장을 다룬 작품을 내놨다고 했을 때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물이라고는 ‘gift’밖에 모르던 나로서는 롤러코스터 같은 낯선 세계의 속도감에 놀라움이 더 크기도 했다.
“선물시장은 원래 이렇게 굴러간다. 내 이득은 남의 손실이고, 반대로 내 손실이 남의 이득이 되기도 하고, 가해와 피해의 지분율은 이름 없는 호가창과 차트 속에서 희미해지고, 조롱과 애도와 기쁨이 공존하고, 매일매일 누군가가 죽고 또 살아난다.” (232쪽)
아파트에 살며 별다른 굴곡 없이 지내온 듯하지만, 실은 아버지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인해 대출로 지은 모래성처럼 유지되는 집안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이십대 여성 ‘나’. 최저시급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 이 답 없는 상황을 반전해줄 기회로 주식시장을 접했다가 해외 선물투자에 이른다. 주가가 떨어질 때 오히려 수익을 얻는 인버스의 성격상 타인의 불행이 나에게는 행운이 되는 셈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투자시장 묘사가 긴장감 있게 제시되는데, 이 안에서 주인공 ‘나’가 겪게 되는 혼란과 분노, 근거 없는 낙관 등의 심리 묘사도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세상은 망할 거고 이미 망했다”는 정서를 반영하면서도 그 안에서 엄마와 오래오래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동화 같은 삶을 꿈꾸는 아이러니가 아프게 와닿곤 했다.
리뷰에 감히 스포일러를 담을 수는 없지만,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이 돈을 얻든 잃든 해피엔딩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것을. 그래도 단요의 소설은 말한다. 망한 세상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가끔은 길을 잃더라도 타인이 훼손할 수 없는 내가 여기 있다고.
최지인 인플루엔셜 한국문학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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