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1위 방위산업 기업 미국 록히드마틴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 KF-21. 지난달 24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 공장을 단독 방문해 KF-21의 전방·중앙·후방 동체와 꼬리, 날개 구조물 결합 과정을 지켜봤다. 동체와 구조물은 무인운반로봇(AGV)에 실려 공장 곳곳으로 이동했다.
이호규 KAI 고정익조립기술팀 차장은 “동체는 수십만 개에 달하는 부품과 수십㎞에 달하는 핏줄 같은 전기선으로 채워진다”며 “KF-21에 들어가는 부품만 20만 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KF-21은 북한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29 성능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유럽 차세대 전투기 유로파이터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를 다수 격파한 미국 대전차 미사일 FGM-148(일명 재블린)과 성능이 비슷하면서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현궁의 점수는 106~107점으로 미국 재블린(100점)보다 높았다. 풍산의 5.56·7.62㎜ 소구경 탄약(104~105점), 120·155㎜ 대구경 탄약(100점)도 세계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99점)·레드백 장갑차(95점), KAI의 FA-50 경공격기(94점) 등도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한국 방산 제품의 최대 강점으로는 ‘가성비’가 꼽혔다. 세계 최고 품질인 K-9 가격은 대당 40억~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제품과 성능이 비슷한 독일산 자주포 PzH2000 가격(180억~200억원)의 20~30%에 불과했다.
생산 능력도 수준급이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생긴 전력 공백을 신속하게 메우는 데 골몰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3월 폴란드에 K-2 전차 5대를 보냈다. 납기를 예정 시점이던 올해 6월보다 석 달이나 앞당겼다. 북한의 군사 위협과 항상 마주한 국내 방산업체들이 꾸준히 공장을 돌리면서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다.
방산 수출길을 넓히기 위한 외교력도 요구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영연방군을 중심으로 뭉치는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NATO 가입국들이 독일 방산업체를 밀어주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NATO 가입국인 노르웨이가 지난 2월 독일 KMW의 레오파르트2A7 전차 54대를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사천=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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