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3일 11: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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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이아이디가 거래정지된 코스닥 계열사 이큐셀의 지분을 활용해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아이디는 그동안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를 근거로 헐값에 이큐셀 지분을 확대했지만, 이큐셀 지분을 자금 조달에 활용할 땐 거래정지 전 주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아이디는 이날 자회사 이큐셀 주식 90만주를 교환 대상으로 279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한다. 이큐셀 발행주식 수의 28.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번 EB 발행가격은 이큐셀의 주식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가격인 주당 3100원으로 책정됐다.
2차전지 설비업체인 이큐셀은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가 발행해 지난 2020년 3월부터 2년 넘게 거래가 정지된 코스닥 상장사다.
이아이디는 그동안 이큐셀 주식 거래가 정지돼 신주 가격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를 근거로 이큐셀 지분을 낮은 가격에 확보해왔다. 지분을 인수할 때 낮은 가격을 매겼지만 자금 조달에 활용할 땐 높은 가격을 책정한 셈이다.
이아이디는 2020년 5월 주식 거래가 정지된 이큐셀을 인수했다. 당시 이큐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75억원을 투자해 이큐셀 지분 48.9%를 확보했다. 당시 이큐셀 주식 가치는 주당 2500원(10대 1 감자 반영 가격)으로 책정됐다. 2021년 7월에는 주당 1500원으로 이큐셀 제3자 배정 유상증자(100억원) 참여해 지분을 늘렸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제3자 배정 증자의 경우 시세보다 10% 이상 낮은 가격에 이뤄질 수 없다. 제3자에게 지분이 헐값에 넘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주권 거래가 정지된 상장사의 경우 시세가 없어 이런 규정이 무의미해진다는 점을 이아이디가 활용한 모습이다.
2022년 9월에는 이아이디가 지분 100%를 보유한 '지이'와 이큐셀을 합병시켰는데 당시 이큐셀의 주당 가치는 652원으로 책정됐다. 두 차례 증자와 합병을 통해 이아이디의 이큐셀 지분율은 작년 말 73.2%까지 늘어났다.
그러던 이아이디는 지난달 이큐셀의 1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돌연 이큐셀 주식 가치를 거래정지 전 주가인 주당 3100원으로 매겼다. 이아이디는 외부 평가기관이 매긴 이큐셀 주식 가치는 주당 803원이지만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 희석을 고려해 주당 3100원으로 책정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그동안 헐값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린 이아이디의 행보와 반대되는 설명이란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아이디가 5월 EB를 발행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큐셀 지분을 충분히 끌어올린 이아이디가 이큐셀 주식 거래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식 가격 방어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큐셀은 지난 4월 29일 상장폐지 개선기간이 종료돼 5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는 해소됐다. 이큐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이큐셀은 작년 별도 기준으로 매출 586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8%, 영업이익은 867% 증가했다. 지난해 이뤄진 지이와 합병에 따른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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