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이 파월했네" 애매모호 화법에…전문가 해석 '제각각'

입력 2023-05-04 09:59   수정 2023-06-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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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올렸다. 기존 연 4.75~연 5%에서 연 5~연 5.25%로 소폭 인상한 것은 시장이 예상했던 베이비스텝이었다. 월가에선 이번에 베이비스텝을 마지막으로 Fed가 향후 금리 동결 내지는 인하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이날 결정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결정문에서 "충분한 제약적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일부 추가적인 정책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는 문구도 삭제됐다. 이르면 다음 FOMC 회의에서부터 금리가 동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시장에서 기대해온 동결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필요하다면 더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설 준비도 돼 있다"면서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되 은행권 신용 여건도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의 애매모호한 화법이 월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며 다양한 해석 및 전망을 보도했다. 다음은 미 월가 전문가들의 파월 의장 관련 발언들.

<제이 우즈, 프리덤 캐피털마켓 수석 글로벌 전략가>
먹구름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을 일부 말했으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모든 것이 명확하고 순조로운 항해를 할 수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미 지역은행 위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Fed의 다음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지침이나 신호는 없었습니다. 그는 지역은행들의 연쇄 위기에 대해 당황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지도 않았습니다.

<에릭 위노그라드,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수석 미국이코노미스트>
분명한 것은 Fed는 여전히 긴축 편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통화정책의 스탠스가 충분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 둔화, 일자리 증가세 약화(노동시장 냉각), 은행 부문의 대출 규모 감소 등의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 와중에도 Fed 위원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당분간은 금리 인하보다 인상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잠정적으로 Fed는 3월에 발표된 점도표에 반영된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낮추기에 충분한 조치를 취해왔다고 믿고 있습니다.

<지웨이 렌, 펜 뮤추얼 어셋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이번 금리 결정은 시장의 기대에 부합했습니다. 일시 중단 신호가 없기 때문에 매파적인 측면에 약간 기울어졌습니다.


<맷 말리, 밀러 타박 플러스코 수석 시장전략가>
파월 의장의 발언이 베이지북(미국경제동향 종합보고서)에서 Fed 직원들이 분석한 점들과 모순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그가 "온화한 경기 침체가 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제가 예상했던 바이지만, 그는 큰 경기 침체를 언급하진 않았습니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실제로 경기 침체에 빠져들기 전까지는 절대로 경기 침체를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린제이 로스너, PGIM 포트폴리오 매니저>
저희는 기술적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오는 3분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파월 의장이 이날 제시한 전망이 경기 침체가 아닌 완만한 성장의 의미라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Fed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토르스텐 슬로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파월 의장의 회견 발언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해 믿기 어려운 초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5% 내외의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2%)에 비해 여전히 너무 높다고 생각합니다. Fed 위원들은 여전히 뒤만 돌아보면서 "우리는 아직 이 금융 위기가 얼마나 심각할지 알지 못하며, 따라서 신용 조건이 얼마나 경색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네요.

<아담 필립스, EP웰스어드바이저스 포트폴리오 전략 담당 상무이사>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시장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과 Fed 위원들은 다시 한 번 만장일치로 25bp 인상을 지지했습니다. 향후 정책 결정은 명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Fed는 현재로서는 여러 옵션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지나 볼빈,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 그룹 사장>
파월 의장은 긴축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 경제가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점은 FOMC 투표가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소니아 메스킨, BNY 멜론 미국 매크로 책임자>
파월 의장의 경제 데이터들에 관한 평가는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측면에서는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뒀다는 견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모멘텀이 크게 완화되지 않고 있다. 금융 여건이 허락한다면 당분간 정책을 긴축적으로 유지하거나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견해도 광범위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는 후자를 명시적으로 말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휘트니 왓슨,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채권 및 유동성 솔루션 글로벌 공동 책임자>
전술적 관점에서 볼 때 올해 말 통화정책 완화를 위한 시장 암시적 가격 책정이 더 느슨해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조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률과 더 큰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우량 핵심 채권에 대한 자산 배분을 복원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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