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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행어 중에 ‘맑눈광’이라는 단어가 있다. ‘맑은 눈의 광인(미친 사람)’의 줄임말이다. 눈을 말갛게 떴지만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회의시간에 눈은 똑바로 뜨고 있지만 상사의 말을 귓등으로 듣고 있는 후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귀를 가린 머리칼을 들춰보자 이어폰을 끼고 유행가를 듣고 있는 직원….
그렇다. 눈만으로는 부족하다. 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파악하려면 귀를 알아야 한다. 최근 출간된 <소리의 마음들>은 소리와 그것을 이해하는 뇌에 대한 책이다. 소리가 뇌에 행사하는 영향력도 다룬다. 책은 “삶의 소리들이 우리 뇌의 모습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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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사람의 행동과 사고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청각은 늘 스위치가 켜져 있다. 심지어 눈을 감고 잘 때조차. 세상은 음소거가 되지 않는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창문 바깥에서 차가 돌아다니는 소리, 내가 움직이고 숨 쉬고 소화하느라 내는 소리가 늘 있다. 집 안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순간에도 소리는 언제나 우리의 귀를 맴돈다. 청각과 관련된 뇌 활동은 엄청난 속도로 이뤄진다. ‘소리’와 ‘소라’. 1초도 안 걸리는 단 하나의 음소 차이를 인간은 바로 알아차린다. 책은 이렇게 설명한다. “청각뉴런은 1000분의 1초 만에 계산을 해낸다. 빛은 소리보다 빠르지만 뇌에서는 청각이 시각보다, 다른 어떤 감각보다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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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리듬, 소음 등 다양한 소리가 어떻게 뇌, 신체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한 다양한 사례가 흥미롭게 이어진다. 예컨대 고양이는 기분이 좋을 때 가르랑거리지만, 다쳤을 때도 가르랑거린다.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진동 주파수는 뼈를 성장시키는 진동 치료에 사용하는 주파수 범위와 같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양이가 스스로 뼈와 근육을 자극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낸다는 가설이 나왔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면 고양이가 개보다 뼈가 건강하고 골다공증 발생이 드문 게 우연이 아니라는 해석까지 가능하다.
굳이 옥에 티를 찾자면 저자가 주창하는 ‘소리 마음(sound mind)’이란 개념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 소리가 뇌에 행하는 작용들을 저자 나름대로 개념화한 것인데, 너무나 다양한 작동을 ‘소리 마음’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해서 뜻이 분명하게 와닿지 못한다. 이 책의 행운은 미학과 음악학을 전공한 장호연 번역가라는 훌륭한 길잡이를 만난 것. 그가 책을 해설한 ‘옮긴이의 말’이 책의 말미에 붙어 있는데, 이 글부터 읽은 뒤에 본문을 읽기를 권하고 싶을 정도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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