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상당한 양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암호화폐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어 이해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한 매체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를 보유했다. 이 기간 위믹스 코인은 개당 4900~1만1000원에 거래됐다. 이후 한때 400원까지 급락한 뒤 최근에는 14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추산하면 김 의원의 관련 자산은 3억원에서 최대 60억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3월 초 이 암호화폐를 거래소 지갑에서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암호화폐의 자산 규모는 김 의원이 국회에 신고한 개인 재산을 크게 웃돈다. 그는 2021년 11억8100만원, 2022년 12억6794만원, 2023년 15억3378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김 의원 측은 ‘암호화폐는 공직자의 정보 공개 대상이 아니다’는 이유로 재산신고에 이 자산을 포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의 암호화폐 보유가 평소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구멍 난 운동화를 신는 등 검소한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자신이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암호화폐 과세 유예 법안을 앞장서 낸 것도 논란이다. 그는 2021년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암호화폐 과세를 1년 유예하고, 소득공제를 늘리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22년 김 의원의 암호화폐 보유가 확인된 만큼 이 법안은 본인의 자산 증식에 유리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법안은 관련 법안들과 병합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과세는 2023년에서 2025년으로 연기됐다.
관련 문제 제기에 대해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2016년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실은 변호사 시절부터 여러 차례 밝혀 왔다”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한 대금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어 “암호화폐 보유 수량과 거래 시점 등은 알기 쉽지 않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라며 “구체적인 거래 정보가 (어떤 경로로) 자세하게 유출된 것인지 그 경위에 위법성이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내 금융 전문가인 이용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직자가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면 부정한 이익을 추구하거나 재산 은닉, 탈세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공직자들의 암호화폐 신고 의무화를 규정한 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적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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