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은 특정 보험사가 보유 중인 보험 계약의 미실현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지표다.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 및 발생주의 회계를 원칙으로 한 IFRS17에 따라 보험 계약의 미래 이익을 일단 유보해 놓고 향후 기간 경과분을 수익으로 조금씩 실현해 나간다는 얘기다. 즉 CSM은 기본적으로 회계상 부채지만 보험사의 장기 수익력을 가늠하는 척도로도 해석된다.
문제는 이렇게 첫선을 보인 CSM이 각 업권 및 보험사별로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손해보험 10개사의 전체 보험 부채 대비 CSM 비중은 평균 36.1%였으나 생명보험 20개사는 단 8.0%에 그쳤다. 같은 생보업계 내에서도 자산 및 내역이 비슷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9조5587억원과 4조5910억원의 CSM을 보고해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사정이 이렇게 된 건 CSM 산출에 필요한 사망률, 계약 해지율, 손해율 등 계리적 가정에 대해 각 보험사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예외적으로 할인율(현재 연 4.80%)만 금융당국이 결정 고시한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보험의 특성상 이 같은 계리적 가정이 조금만 바뀌어도 CSM 변동 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상품의 사망률을 기본 가정보다 10%만 낮춰도 CSM은 무려 4%포인트나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사망률을 소수점 몇째 자리까지 입력하느냐에 따라 CSM의 최종 결과가 유의미하게 달라진다”며 “이처럼 계리적 가정을 제멋대로 하게 놔둬서는 각 회사 간 비교 가능성이 크게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SM 상위 보험사들도 이번 공시 결과에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손해율 등 계리적 가정이 실제와 차이가 크게 날 경우 향후 이 같은 ‘예실차(예상과 실제 간 격차)’가 해당 연도에 모두 손실로 인식된다”며 “이렇게 되면 우량한 줄 알았던 기업이 단숨에 적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 변동성 확대로 장기적인 업계의 신뢰성을 깎아 먹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CSM과 관련한 업계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며 “계리적 가정에 대한 공통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대안을 조속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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