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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불신은 뉴욕증시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만들어냈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이 발생했을 때 이름만 비슷한 펜실베이니아의 리퍼블릭퍼스트은행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그래서일까. 미 당국은 불안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예금보험 한도 증액이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우선 기업 계좌에 대한 예금보장 한도를 상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현재 개인 및 기업의 은행별 보험금 한도는 25만달러다.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 계좌 한도부터 올려달라고 주문한 건 기업의 경우 직원 급여 등 명목으로 한 은행에 큰돈을 예치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보험금 한도를 높이면 규모가 작은 지역은행에서 예금이 덜 유출될 것이란 게 FDIC의 기대다. 현재 미국 내 전체 예금의 43%인 7조7000억달러는 예금자보호법 대상이 아닌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중앙은행도 현행 8만5000파운드(약 1억4200만원)인 예금보호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 내 가계와 기업들의 비보호 예금은 급증세다. 2021년 기준 전체 예금의 68%나 된다는 게 국회 통계다. 더구나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위기가 닥치면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일견 건실해 보이는 은행도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다. 불안을 느끼는 예금자가 늘면 언제든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자금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은 ‘돈 떼일 불안’을 줄여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미국 은행 위기가 한국에서 재연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보험금 한도 증액은 그 가능성을 낮추는 방안이다. 때를 놓치면 어떤 대책도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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