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15원40전 하락한 1322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3월 23일(-29원40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Fed가 3일 통화정책결정문에서 “통화 긴축을 강화할 추가 조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존 문구를 삭제하며 향후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제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차(현재 1.75%포인트)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라며 “이는 분명 원화 강세 요인으로 당분간 환율이 1310~1320원 수준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조금씩 정상화 국면으로 가고 있다”며 “향후 무역 수지 개선 등을 감안할 때 하반기엔 1200원대 중반까지 내려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과 비슷한 은행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일시적으로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올 2분기 환율이 128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이르면 3분기 후반, 늦어도 4분기 초반에 환율이 다시 1310원대로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서 연구위원은 또 “물론 Fed가 이 같은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암시만 줘도 환율이 1250원을 밑돌 만큼 빠르게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을 오는 12월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수출이 저점을 찍고 다시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환율의 추가 하락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지난달까지 원화가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 두드러진 약세를 나타낸 것도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적자의 영향이 컸다”며 “최근 D램 가격이 반등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무역수지 개선과 원화 강세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법인의 해외 배당 송금을 위한 달러 수요가 전달 대비 줄어든 점도 긍정적이다.
서 연구위원은 “매년 4월에 해외 투자자에게 달러로 배당을 지급해야 하는 이슈로 인해 환율이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달부터는 이 같은 계절적 요인이 소멸하면서 달러 수급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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