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갑시다.”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주요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따라 만난 뒤 삼성바이오로직스 북미법인 직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0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후 17일째 미국 출장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 4월 21일자 A1, 11면 참조
이 회장은 이들 글로벌 바이오회사 CEO와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상호협력 방안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바이오업계 리더들과 연쇄 회동을 한 것은 바이오산업에서 글로벌 협업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바이오 CEO들과 회동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북미판매법인 임직원들을 만나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며 “과감하고 끈기 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고 당부했다. 이어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삼성의 바이오 사업 역사가 10여 년에 그치지만, 반도체 사업처럼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송도 4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CDMO 기업 중 가장 큰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지난 3월 1조9800억원을 투입해 증설하기로 한 5공장이 완공되면 총 78만4000L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2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삼성의 바이오 분야 업력은 13년에 불과하다. 2010년 바이오·제약을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게 시작이었다. 2011년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년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 업체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탄생했다. 2021년 8월엔 3년간 24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오산업은 특성상 생산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면서도 장기 협업을 위한 시장의 신뢰와 평판도 구축해야 한다. 이로 인해 진입장벽이 높은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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