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2일.’
세계가 어둡고 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의 터널을 벗어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 코로나19 비상 상황을 끝내면서 이 질환은 공식적으로 독감 같은 ‘상시 유행 감염병’이 됐다. 3년 넘게 전쟁을 치른 세계에 ‘일상’을 되찾아준 것은 ‘과학’이었다. 각국 정부가 팬데믹 이후 ‘바이오 경제’ 패권 전쟁에 뛰어든 이유다.
오미크론이 유행하면서 백신의 전파 차단력은 떨어졌지만 중증 환자를 줄이는 효과는 그대로였다. 백신 미접종자는 중증 질환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을 위험이 접종자보다 4~5배 높았다.
WHO가 코로나19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푸는 데도 백신은 중요한 근거가 됐다. WHO는 “세계적으로 133억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투여됐다”며 “만 60세 이상 성인의 82%가 기본 접종을 마쳤다”고 했다. 각국이 대응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달 수출제한 기술 목록에 세포 복제, 유전자 편집, 합성생물학 기술 등을 추가했다. 미국도 지난해 9월 자국 기술 기반 바이오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내용의 ‘국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상업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렉키로나는 변화무쌍한 코로나19 변이에 힘을 쓰지 못했다. 미국 머크(MSD)와 화이자가 개발한 ‘먹는 약’이 2021년 말 나오면서 렉키로나는 지난해 2월 신규 공급이 중단됐다.
스카이코비원은 올 1분기 451건 접종되는 데 그쳤다. 화이자, 모더나 등은 개발 기간이 짧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로 변이 맞춤형 백신을 내놨지만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스카이코비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정부 지원도 턱없이 모자랐다. 지난해까지 미국 정부가 mRNA 기술 개발에 투입한 누적 비용은 319억달러(약 42조3000억원)다. 한국 정부의 투입 비용은 105억원에 그쳤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은 세계 100여 개국이 백신을 맞기 시작한 뒤인 2021년 2월 말이었다.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코로나19 사망률을 기록했지만 ‘과학의 힘’보다 ‘인력 의존적 의료시스템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 다.
늦어진 접종을 만회하려 단기간에 접종률을 끌어올리면서 부작용은 커졌다. 접종을 강행하면서 신뢰도가 무너진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90%를 웃돌던 국내 백신 신뢰도는 올해 48%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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