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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미국에서 정부가 지원을 보장해야 부실 은행의 매각이 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매각 과정에서 정부가 자금 지원 등으로 인수자를 뒷받침해준 선례가 생겨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위기를 겪은 은행이 결국 파산하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같은 금융당국이 지원을 약속해야 해당 은행의 인수자가 나타나는 악순환이 앞으로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SVB와 시그니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자들이 모두 정부 지원의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JP모간체이스는 지난 1일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하기로 했는데,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FDIC는 JP모간에 5년간 500억달러를 고정 금리로 제공하기로 했다. 퍼스트시티즌스는 SVB를 인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손실을 FDIC와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SVB와 관련해 FDIC의 예상 손실액은 200억달러다. 뉴욕커뮤니티은행은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암호화폐와 일부 대출 자산을 FDIC의 법정관리 상태로 남겨두며 인수 대상에서 제외했다.
마야 로드리게스 MRV어소시에이츠 금융위험 컨설턴트는 “이제 은행들은 FDIC가 개입하기 전에 부실해진 은행을 인수하길 원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퍼 울프 피치레이팅스 북미은행 책임자는 “인수 의향자에게 매물의 법정관리와 FDIC 지원까지 기다릴 동기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문제가 발생한 은행이 무너질 때까지 대기했다가 FDIC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인수 의향을 밝히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란 뜻이다.
한편 JP모간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허용을 들며 최근 위기가 미국 은행업계의 과점을 가속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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