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연 1%대 저리 대환 대출 상품이 일부 피해자를 두 번 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피해자만 대출 대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기 피해자의 약 10%가 가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SGI서울보증 가입자는 여전히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다.
전세보증보험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보증기관이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SGI서울보증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지킴보증 등 세 가지가 있다.
SGI서울보증 가입자는 저리 대환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 SGI서울보증의 전세보증보험 상품에 가입한 사람은 2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전세 사기 피해자 중 약 10%가 SGI서울보증 상품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GI서울보증은 정부와 협의해 대환 대출이 가능한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설명했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정부 주택도시기금에서 담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민간 기업은 이런 제도 장치가 없어 3분기 이후에나 대환 대출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 모임에선 SGI서울보증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전세 사기 피해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연 1.2~2.1%의 이자만 내면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연 6% 이상의 이자를 내고 있다”며 “보증보험 가입 전에 이런 차이가 있다는 걸 설명해줬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정부의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 대책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초 정부가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해 내놓은 또 다른 저리 대출상품에 예산 1670억원이 배정됐지만 지난달 중순까지 13억6000만원만 집행됐다. 대출 대상을 새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으로 한정하거나 보증금의 5% 이상을 피해자가 마련해야 하는 등 대출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