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중심에 '관세' 후순위로…기술·환경 규제 등 이슈로 떠올라

입력 2023-05-08 16:57   수정 2023-05-08 17: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유 무역' '관세 인하' 등에 집중했던 각국 정부의 무역 협정 방식이 디지털 저작권, 기술 표준, 탈탄소 등 비관세 무역장벽을 낮추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 세계 경제 교류에서 지식재산권과 청정에너지 등 관세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둔 기존 무역협정으로 해결하기 힘든 새로운 이슈들이 부상하고 있어서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거나 관세를 철폐하는 등의 작업은 국내 정치계의 동의를 얻는 등 절차가 복잡한 탓도 있다.
○무역 협상에서 '자유 무역' '관세' 단어 사라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무역 외교의 새로운 세계에선 자유무역과 관세는 뒷자리에 밀려났다'는 기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일본, 유럽연합(EU), 인도, 페루 등 20개 국가와 국경을 넘는 경제 관련 협상을 시작했는데 해당 논의해서 '자유 무역'과 '관세'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반면 디지털 저작권과 대기 오염, 제품 표준 등 다양한 이슈가 조약이 아닌 정부 차원의 협정으로 연결됐다.

WSJ은 무역 협정의 모습이 과거와 달라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우선 각국이 환경 규제와 같은 간접 비용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일본과 EU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청정에너지 보조금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EU 및 일본 기업이 갖춰야 할 요건과 예외 규정 등에 대한 내용이다.

관세 세율이 과거보다 큰 폭으로 떨어져 관련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키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에 들어오는 EU 상품에 대한 관세는 평균 약 2.5%로 다른 지역에 적용하는 10% 수준에 비해 낮다. 따라서 미국과 EU는 자동차 범퍼 디자인이나 제약 공장 청소 규정과 같이 사소해 보이는 비관세장벽을 줄이는 것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리스크 줄일 수도 있어
관세와 관련한 무역 협정의 경우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정부로선 야당을 설득해야 할 뿐 아니라 협정 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08년에 미국과 EU는 양자 간 항공 안전 협정을 체결했을 때 협정 발표까지 3년이나 걸렸다.

미국 오바마 정부 때 추진했던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도 정치권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TTIP는 2013년 2월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 국정연설에서 관련 계획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개시됐으나 수년간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했다. 여기에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되고 다자간 무역협정에 대한 반대 여론이 미국과 유럽 선거판에 급부상하면서 TTIP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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