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버추얼 휴먼)의 쇼호스트 데뷔가 이어지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라이브방송·라방) 시장이 커지면서 유통기업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얼굴을 알린 가상인간을 판매방송에 본격 등판시키는 모습이다. 롯데홈쇼핑의 루시에 이어 신세계그룹의 와이티(YT)가 쇼호스트로 데뷔했다.
SSG닷컴은 와이티를 자사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쓱티비'의 공식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기용했다고 9일 밝혔다.
SSG닷컴은 또한 추천 상품과 실제 사용기를 담아낸 쓱티비 프로그램 'MD톡'에 와이티가 출연한 섬유유연제 다우니 방송을 공개했다.
앞서 SSG닷컴은 두 달여 간 시험 방송을 진행해 쇼호스트로서 와이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3월 공개한 MD톡 스와로브스키 영상은 누적시청횟수가 3만뷰를 기록했고, SK-Ⅱ 영상의 경우 2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이는 인간 쇼호스트가 진행한 콘텐츠 대비 평균 30%가량 높은 시청횟수와 매출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티는 신세계그룹과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이 손잡고 만든 가상인간으로 지난해 3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이름은 '영원한 스무살(Young Twenty)'이란 뜻을 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와이티를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에서는 2021년 쇼호스트 데뷔전을 치른 가상인간 루시가 롯데홈쇼핑에서 활약하고 있다. 루시는 2021년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을 시작해 13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했다. 그가 메인 쇼호스트를 맡은 첫 번째 라방에서는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 가방과 카드케이스가 25분 만에 완판됐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이 커지면서 가상인간의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활동 영역이 넒은 가상인간은 국내 1호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로지'로 꼽힌다. 그는 광고계의 잇따른 러브콜로 2021년 1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 '10억 소녀'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음원을 내며 가수로 데뷔했고, 드라마에도 얼굴을 비췄다.
가상인간이 활발하게 활동하게 된 배경에는 온라인 공간의 활동을 즐기는 MZ(밀레니얼+Z)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게임 등으로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에 익숙한 이들에게 가상인간은 그다지 낯선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가상인간 등장을 반기고 있다. 평판 리스크 등 위험을 줄이면서 마케팅을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가상인간은 회사별로 다른 제작 방식을 취하지만 통상 3차원(3D) 모델링과 모션캡처 기술 등을 활용해 만든다. 사람의 몸과 얼굴에 그래픽으로 덧씌우는 방식 등이 활용된다. 일례로 SK스퀘어가 주요 주주인 스타트업 온마인드의 경우 실시간으로 원본 모델의 동작을 포착(모션캡처)해 3D 그래픽을 가상인간에 뼈대에 입히는 방식을 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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