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인점포 업주가 돈을 지불하지 않고 간식을 훔쳐먹은 초등학생들의 사진과 신상을 공개해 인근 주민들 사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피해 업주의 대응이 지나치다는 지적과 함께, 자영업자 입장을 옹호하는 주장이 맞선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광주 서구 한 초등학교 인근 무인점포 출입문에는 지난달 22일 이곳에서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을 훔친 초등학교 저학년 3명의 신상 정보를 인쇄한 경고문이 붙어있다.
해당 경고문에는 모자이크로 편집된 아이들 얼굴을 일부 가린 상반신 사진과 이들이 재학 중인 학교 이름, 학년 등이 담겼다. 이 경고문에 담긴 신상 정보는 아이들의 동급생이나 이웃 등 주변인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편집돼 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해당 경고문을 붙인 무인점포 주인 A 씨는 사건 당일 오후 아이들로부터 각각 1만 5000원∼2만원 상당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은 같은 날 저녁 재차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훔치다가 결국 가게 안에서 A 씨에게 붙잡혔다.
이후 A 씨는 해당 아이들의 부모와 피해 보상과 관련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경고문을 붙이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경고문에 '절도 적발 시 50배 변상', '24시간 녹화' 등의 문구도 함께 기재했고, 경고문을 2주가량 점포 앞에 붙여뒀다.
A 씨가 이들 부모에게 제시한 변상은 기존 훔친 가격의 50배로, 비슷한 민사 분쟁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합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 주민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손님의 양심을 믿고 운영하는 무인점포에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가는 계속 절도 피해를 볼 수도 있겠다"며 "아이들의 부모가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졌겠느냐"고 업주를 옹호했다.
반면 다른 주민은 "흔히 말하는 '신상 털기'로 한창 자라는 아이들을 온 동네 사람에게 도둑이라고 낙인찍은 격"이라며 "적당히 나무라고 사과만 받아도 될 텐데 가게 주인의 대응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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