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영국 파운드화 대비 달러 가치는 1.2618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유로화·파운드 환율도 1유로당 0.86파운드 수준 내려앉았다. 유로화 대비 파운드 가치는 5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외환 트레이더들도 파운드 강세에 베팅하고 나섰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선물 시장에서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파운드화 선물 매수 계약이 매도 계약을 앞질렀다. 킷 저크스 소시에테제네랄(SG) 애널리스트는 "트레이더들이 달러를 공매도하기 위한 헤징 수단으로 파운드화를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곤두박질쳤던 파운드화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9월 리즈 트러스 내각은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 정책을 밀어붙였다. 시장에선 영국 정부 부채가 급증해서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파운드화 가치는 대폭 축소하며 역대 최저치인 파운드당 1.03달러까지 내려앉았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파운드화가 순풍을 탔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천연가스 가격도 안정되면서 파운드화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티그룹은 파운드화 약세 의견을 철회하며 "영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파운드화가 다시 떠오른 이유는 영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서다. 영국의 월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12월 0.5% 감소했지만, 올해 1월 다시 0.4% 늘었다. 지난 2월에는 0%를 기록하며 1분기 역성장을 면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6%에서 -0.3%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영국 중앙은행(BOE)의 통화정책도 파운드화 반등 이유로 꼽힌다. 미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에 맞춰 금리를 지속해서 인상해서다. 인플레이션이 10%에 달하는 영국 경제를 감안하면 영국 통화 긴축 기조가 유럽과 미국보다 더 오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모스 피오타키스 바클레이스 외환 리서치 부문장은 "BOE는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9월까지 2~3회 정도는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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