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캐나다 외교관 추방하더니…"방해 말라" 이번엔 EU에 경고

입력 2023-05-10 13:04   수정 2023-06-09 00:01



중국과 서방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전일 캐나다와 외교관을 맞추방한 데 이어 9일(현지시간) 독일과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EU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이탈리아는 탈퇴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이 중동과 남미에 이어 유럽과 접촉을 늘리고 있지만, 러시아에 대한 유보적인 태도와 민주주의 등 서구의 기본 가치를 두고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中 “EU 제재에 강력 대응할 것”
9일 친강 중국 외교부장(사진 왼쪽)은 독일 베를린에서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오른쪽)과 회담 후 “EU가 대러 제재의 일환으로 자국 기업들을 제재한다면 강력하고 엄격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구상 중인 11번째 대러 제재 패키지에 러시아에 민군 겸용 물품과 금지된 기술 등을 공급하는 제3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도 3HC반도체를 비롯해 7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 외교부 측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EU의 조치는 중국의 신뢰와 협력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극도로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날 친강 외교부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보복을 예고했다. 그는 “중국은 위기 국가나 위기 지역에 무기를 전달하지 않았다”며 “중국과 러시아 기업 간 정상적인 교류를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친 부장과 나란히 선 베어복 장관은 “EU의 대러 제재가 우회로를 찾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맞대응했다. 또한 “(러시아 전쟁에서) 중립은 침략자의 편을 드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 정부에 러시아 전쟁에서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의 만남을 두고 경제 협력을 내세우며 유럽과의 친분 강화에 나선 친 부장의 순방이 시작부터 차질을 빚었다고 평가했다. 친 부장은 독일과 프랑스, 노르웨이 등 유럽 3개국을 순방할 계획이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에 당근을 제시해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EU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의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경제보다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이탈리아, 일대일로 탈퇴 고려”


이날 중국과 유럽의 경제 협력에 또다른 위기 신호가 감지됐다. 9일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탈리아가 중국의 핵심 대외 전략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의장과 만나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2019년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멜로니 총리가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2024년에 자동 연장된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유보적인 태도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일대일로를 지속하기 난처한 상황이 됐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청한 이들은 “미국은 이탈리아가 공개적으로 일대일로 조약을 파기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은 멜로니 정부가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구체적인 탈퇴 내용과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며 오는 19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전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전쟁해결사’ 기대 꺼졌다


중국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평화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달 말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중국 정부 유라시아 업무 특별대표를 파견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서방의 불신은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는 “유럽 정상들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중국의 도움을 구하려 방중했지만, 이제 중국을 핵심 중재자로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평화 계획은 이미 나온 내용들이며 받아들일 수도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중국은 미중경쟁 구도 속 EU가 미국 쪽에 서지 않도록 공들여왔지만, 이번 대러 제재 추진에 자극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8일 중국 정부는 캐나다 정부와 각각 자국 주재 외교관을 1명씩 추방하기로 했다. 캐나다가 중국 외교관이 자국 정치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는 외교관을 추방하기로 하자 똑같은 조치로 대응한 것이다. 미국의 최우방인 캐나다는 중국 정부의 자국 정치인 사찰을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간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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