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사이에서 혜택이 큰 '알짜 카드' 또는 '혜자 카드'로 불리는 신용카드들이 잇따라 단종되고 있습니다.
현대카드는 제로 모바일 에디션2 할인형과 포인트형 2종을 이달 31일부터 단종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신용카드는 결제금액의 1.5%를 할인해주거나 2.5%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등 혜택이 컸는데요. 현대카드 관계자는 "서비스 개편을 위해 카드 발급을 중단한 것"이라며 "기존 고객은 유효 기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최소 35만원을 사용하면 총 5만원의 캐시백을 제공한 카카오뱅크 신한카드도 최근 발급이 중단됐습니다. 실적 조건도 없는 데다 매달 5000원 이상 70회를 사용 시 사용금액의 15%를 캐시백으로 돌려줘 인기가 높은 카드였습니다. 신한카드는 캐시백 5% 혜택을 제공하는 '신한 딥에코 카드' 역시 신규 발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6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 혜택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은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결제 시 제공하던 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3개월로 일제히 줄였습니다. 현대카드는 현대차 구입 시 제공하던 12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3개월로 축소했습니다.
카드업계가 소비자의 혜택을 줄인 일차적인 이유는 금리 인상, 채권시장 경색 등에 따라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카드채 금리는 지난해 6%대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들어서야 3~4%대로 내렸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몇 년째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카드사의 주요 사업인 '신용 판매'에서는 수익이 크게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주요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총 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전년(7조7000억원)보다 2000억원(2.6%)줄어든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 전체 카드이용 실적은 977조1000억원에서 12.3%(120조6000억원) 급증한 1097조7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소비가 폭발했지만, 카드사의 수수료 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정치권의 압박으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된 탓입니다. 애초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행됐습니다. 이에 따라 연 매출 2억원 이하 기준 가맹점 수수료는 2012년 1.5%에서 현재 0.5%로, 1%포인트 줄었는데요.
영세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된다면 신용카드 혜택이 줄어든다 해도 동의할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까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0~1%대로 낮아진 수수료율을 더 내리기는 힘드니 대상을 확대한 것입니다.
한 달 매출 2억50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에게까지 수수료 인하 혜택이 돌아가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과거와 비교해 소비자 혜택이 급감한 상황에서는 납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치권의 생색에 피해는 소비자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 피해뿐 아니라 나라 경제에도 크게 보탬이 될지 의문입니다. 수출이 고꾸라진 상황에서 기댈 곳은 내수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요즘입니다. 신용카드 혜택의 감소가 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장기 무이자 할부가 고가의 제품을 구입할 때 부담을 줄여주는 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발(發) 수수료 인하의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나타날지 가늠이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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