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난 8일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30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예상한 영업이익 전망치 3071억원을 넘어 ‘깜짝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판 당근마켓’이라 불리던 미국 포시마크 인수 효과, 핀테크와 콘텐츠 분야의 고른 성장세 등을 실적 호조 이유로 꼽았다.
네이버 깜짝 실적엔 ‘회계처리 변경’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 주요 장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올해부터 늘리면서 1분기에만 2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감가상각 내용연수는 자산의 사용 가능 기간을 뜻한다. 기업들은 자산을 구입한 뒤 해당 자산의 내용연수 기간 동안 나눠 비용을 인식하는데, 내용연수가 늘수록 매년 인식하는 비용은 감소한다.
네이버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부터 서버 등 주요 장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기존 4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내용연수 연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네이버가 처음이다.
김남선 네이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국내외 업체들도 서버와 중앙처리장치(CPU) 등 내용연수를 기존 4년에서 5~6년으로 늘리는 추세”라며 “이는 현재 회사의 평균 장비 사용 기간이 5.4년 이상인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번 주요 장비의 내용연수 연장을 통해 1분기에 영업이익의 6.8%에 해당하는 225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시장 전망치를 초과한 네이버 1분기 실적의 90% 이상이 내용연수 연장으로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감가상각 내용연수 연장은 지난해부터 구글 등 글로벌 테크기업에서 이미 보편화된 현상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신기술 등장으로 데이터센터와 서버 구축에 막대한 자본을 투하한 이후 속속 내용연수 연장 조치를 했다.
올해 구글(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서버 등 내용 연수를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페이스북(메타)은 4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구글과 아마존, MS는 2021년부터 두 번에 걸쳐 내용연수를 연장했다. 테크 리서치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빅테크 기업의 서버 내용연수는 작년 5.2년에서 올해 5.6년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알파벳은 이런 변화로 올해 감가상각 비용이 34억달러(약 4조4982억원) 감소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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