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의 차이나 플러스] 걸면 걸리는 중국의 反간첩법이 걱정된다

입력 2023-05-10 17:57   수정 2023-05-11 00:10

중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반(反)간첩법을 대폭 강화했다. 1993년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2014년 이를 반간첩법으로 개정했던 중국은 지난 4월 26일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와 ‘국가 안전과 이익’을 새로 규정하고, 당국의 조사 처리 범위를 대폭 강화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40개 조항이 71개 조항으로 늘어날 만큼 강력해진 이 법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간첩 행위’의 범위와 대상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기존 다섯 가지 간첩 행위에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추가했으며, 적용 대상도 기존의 ‘국가 기밀이나 정보’에서 ‘국가 안보나 이익에 관련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으로 확장했다. ‘국가 안보나 이익’의 규정 적용 범위는 전적으로 중국 당국에 그 해석권이 있음은 불문가지다.

간첩 행위 범위에는 간첩 단체에 ‘의지(投)하는 행위’를 추가해 간접 접촉도 방첩 적용 대상이 됐다. 구체적인 간첩 행위가 없더라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조직, 대리인과의 접촉도 간첩으로 규정된다는 의미다. 기밀의 범위도 ‘기타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으로 설정해 법적으로 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자료 유출도 처벌 대상으로 적시했다.

특히 중국 당국의 법 집행 관련 직권이 크게 확대됐다. ‘조사처리(調處置)’ 조항에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광범위한 활동의 단속 규정을 신설했다. 어떠한 개인과 조직도 불법으로 국가 기밀 관련 자료를 취득·소유할 수 없도록 했고 이들의 국경 통과 불허를 규정했다. 이에 따라 간첩 행위가 의심되는 인물의 소지품이나 전자기기 등에 대한 당국의 강제 조사가 가능해졌다.

중국이 국가 안보와 정보 보호 강화법을 제정한 것은 중국의 자유다. 하지만 핵심 부분인 ‘국가 안보·이익·기밀’ 등과 그 활동 범위 규정이 구체적이지 못해 오히려 그 모호성이 증폭됐다는 것이 문제다. 여기에 중국 사법당국의 자의적인 ‘중국식’ 해석과 판단이 개입하면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이 법은 현 중국 체제가 대외 개방의 지속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감시와 통제를 통해 외국발 위협 저지를 우선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미 중국은 외국 기관 및 업체에 공개해왔던 각종 경제 정보를 차단했으며, 외국 비정부기구(NGO)에 신장위구르자치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내국인들을 반간첩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의 통과로 중국과 교류하는 많은 국가와 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다. 합법적인 영업 활동이나 정보 수집도 중국 방첩 당국이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됐다고 판단하면 일순간 간첩 활동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미국 기업들이 회사 시설과 컴퓨터·스마트폰 등 각종 전자 기기에 대한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미 중국 투자 기업들의 현지 주재원이나 중국 관련 부처 직원 등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만큼 ‘중국식 안보’가 모든 상황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일반인들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라 경제교류 재개 등을 기대하는 한·중 관계에도 악재다. 정상적인 중국 연구자나 언론인들도 학문 자유나 언론 자유를 둘러싼 간첩 행위의 경계를 고민해야 하며, 관광이나 출장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의 중국 정치 관련 언급이나 코로나 관련 의견도 간첩 활동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면 체포돼 재판에 회부된다. 추방 후에는 10년간 입국 금지다. 자칫 중국을 고립시킬 수도 있는 이 법에 대해 중국은 부당 피해 구제 방안이 있고, 사이버 공간의 보안 위험 등이 해소되면 정상화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중국이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각별하고 신중한 언행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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