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기업 임원 A씨는 한숨을 쉬면서 하소연했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 사태를 지켜보면서 주주행동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주주행동주의를 과소평가하다간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도 미국처럼 주주를 경영의 중심에 두는 ‘주주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다고 봤다. 오랜 기간 재계에선 행동주의 펀드를 ‘기업사냥꾼’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폄하해 왔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 순식간에 바뀌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된 오스템임플란트에 이어 SM엔터에 대한 인수합병(M&A) 방식도 달랐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차별이 없었다. 상장사 M&A 시 대주주에게만 ‘웃돈’을 제공해온 오랜 관행이 마법처럼 사라진 것이다. A씨는 기업과 주주가 서로 배려하면서 동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왔다고 했다.
이런 인식 변화를 이끈 게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 출신인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던 SM엔터 창업자 이수만 씨를 끌어내린 신생 행동주의 펀드 운용사다. 이 대표는 방송에 나와 “SM엔터 주가가 2025년 내 주당 30만원까지 갈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갓창환’으로 통한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중 행보’가 뒤늦게 드러나면서 자본시장 분위기도 싸늘해졌다. 지난 3월 이 대표는 개인법인 얼라인홀딩스가 보유한 SM엔터 1만 주를 장내에서 다 팔아치웠다. 동시에 얼라인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공매도에 활용되는 대차거래로 제공해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브의 SM엔터 인수 포기 선언 직후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식 대차거래로 한 달간 수취한 수수료는 7억7000만원. 이 대표는 “수익률 제고라는 펀드의 목적을 이행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다른 행동주의 펀드는 같은 배를 탄 주주를 배신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어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탐대실. 어렵게 싹트기 시작한 신뢰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정치인에게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듯 행동주의 펀드는 누구보다 엄격하게 스스로의 ‘평판’을 관리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소액주주들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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