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과 중간 정산한 퇴직금을 다 날린 직원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10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S빌딩. 정보기술(IT) 기업 얍컴퍼니 본사 앞에서 만난 한 직원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호안투자자문 대표 얘기를 꺼내자 치를 떨었다. 라 대표는 작년 1월 이 회사에 투자한 뒤 경영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직원은 “라 대표의 인맥과 높은 투자 수익률이 알려지면서 전 재산을 털어 넣은 직원이 적지 않다”며 한숨을 쉬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와 코로나19 알리미 앱 개발로 주목받았던 얍컴퍼니와 자회사 얍글로벌이 창사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직원 중 상당수가 라 대표에게 월급과 퇴직금을 맡겨 손실을 본 데다 라 대표와의 연관성 때문에 회사 이미지도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SG사태’ 후 퇴사자도 줄을 잇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직원들은 라 대표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일부 직원은 “연락처를 주면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회사 차원에서 라 대표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것 같았다.
라 대표와 이 회사의 인연은 지난해 1월 시작됐다. 라 대표는 작년 1월 투자조합을 결성해 얍글로벌의 전환사채(CB) 240억원어치를 샀다. 라 대표는 체포 직전 본지와의 통화에서 “식당 주문 앱인 ‘얍오더’와 코로나19 알리미 등 사업 아이템이 좋다고 판단해 투자를 시작했다”며 “매월 7억원 정도의 월급과 운영비도 내가 냈다”고 주장했다.
라 대표는 얍글로벌의 모회사인 얍컴퍼니에도 추가 투자하기로 약속하고 이 회사의 이사진을 모두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얍컴퍼니 관계자는 “당초 약속과 달리 투자금을 낮추려고 시도하는 등 거짓말을 반복해 추가 투자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라 대표는 지분 투자에만 그치지 않았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회사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집한 것이다. 수년간 투자 성적이 좋은 데다 라 대표가 상당한 자산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러 직원이 투자에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라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의 다단계 영업사원이 된 직원도 있다. 투자자를 외부에서 데려오면 수익금의 일부를 준다는 꼬임에 직원들이 직접 투자자 모집책으로 나선 것이다. 투자로 손실을 본 얍글로벌 전 직원은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익금의 1~3% 정도를 돌려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 대표는 “직원 월급과 퇴직금을 다시 받아서 재투자한 건 맞다”며 “내 돈을 다시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SG발 주가 폭락 사태가 커지자 라 대표에게 투자자를 연결해준 직원들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할지 불안에 떨고 있다. 비상장 시장에서 2021년 말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받던 얍컴퍼니의 기업가치는 현재 2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사가 어려워져 월급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직원 사이에서 돌고 있다.
안정훈/이광식/김우섭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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