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를 완화한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여간 분양권 거래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거주 요건 완화 등 입법 관련 리스크가 남아 있어 프리미엄(웃돈)이 붙지 않은 거래가 다수였다. 서울은 거래의 절반 이상이 직거래로 나타나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은 3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5건)보다 8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553건, 358건이었다. 신고 기한이 한 달가량 남아 있어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올초 ‘1·3 부동산대책’에서 수도권 전매제한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대폭 줄였다. 지난달 7일부터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은 분양 시점으로부터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에 따라 수도권 120개 단지 12만 가구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서울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단지는 지난해 초 분양한 중구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이다. 1, 2단지를 포함해 총 14건이 손바뀜했다. 동대문구에서는 청량리역 인근 분양권 거래가 많았다. 청량리역롯데캐슬SKY-L65가 총 11건, 청량리역한양수자인은 4건 손바뀜했다. 강동구에서는 강동밀레니얼중흥S(3건), 힐스테이트천호역젠트리스(2건) 등이 거래됐다.
경기 지역에선 안성시와 용인시 처인구가 각각 69건으로 많았다. 안성시에선 공도읍에서 분양한 이트리니티공도센트럴파크, 쌍용더플래티넘프리미어가 분양권 거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가 있는 처인구에서는 힐스테이트몬테로이(16건), 힐스테이트용인고진역(7건) 등이 활발하게 거래됐다. 인천에선 서구(134건), 연수구(94건), 미추홀구(64건) 순으로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
인천 서구에선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도 상당수 나오고 있다. 검암역 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 1단지 전용 59㎡는 대부분이 4억원대 초·중반에서 분양권이 손바뀜했다. 2021년 같은 면적 평균 분양가인 4억3125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이뤄진 거래도 많았다.
‘실거주 의무’ 규제가 남아 있고, 분양권 양도소득세 부담도 커 거래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분양권 전매 가운데 지인 간 거래로 추정되는 직거래가 상당했다. 서울에서는 전체 거래의 절반 이상인 21건이 중개사를 끼지 않은 직거래였다. 경기와 인천에서도 직거래가 각각 79건, 44건에 달했다.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인 간 거래 혹은 과거 불법으로 전매한 건을 뒤늦게 신고한 거래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실거래 의무를 폐지하고 양도세 부담을 완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갈등으로 국회에서 법 개정이 막혀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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