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 보류지’가 다시 시장에 나왔다. 얼어붙었던 주택 거래가 회복세를 보이자 그간 보류지 매각을 미뤄오던 조합들이 가격을 낮춰 다시 매각에 나선 것이다.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 3-4.5 구역 재개발사업의 시행위탁자인 더센터시티는 오는 16일까지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사진) 보류지 매각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다. 보류지는 재개발·재건축조합이 조합원 수 등이 달라질 것에 대비해 일반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주택을 말한다. 이번 매각 대상 주택은 전용 49㎡와 59㎡ 총 7가구다.
단지는 서울에서도 ‘사대문 안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불린 세운지구에 들어선다. 지하 8층~지상 최고 27층, 2개 단지, 1022가구 규모다. 서울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과 남산 1·3호 터널이 가까워 강남권과 도심권 이동이 모두 편리한 게 특징이다.
보류지는 일반 분양과 달리 최고가 공개입찰 방식으로 한다. 타입별 입찰 기준가격은 전용 59㎡가 최고 13억316만원, 49㎡는 11억835만원이다.
같은 도심권에서는 서대문구의 ‘서대문푸르지오센트럴파크’가 보류지 판매에 나섰다. 전용 55㎡ 2가구가 대상이다. 입찰 기준가격은 8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강남권에서도 모처럼 보류지 매각 공고가 이어졌다. 서초구 신반포14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반포르엘 2차’는 최근 전용 59㎡ 보류지 한 가구를 매각 공고했다. 입찰 기준가격은 25억5000만원으로 좀처럼 매물을 찾기 힘든 소형 가구라는 점이 특징이다.
송파구에선 거여2재정비촉진구역1지구를 재개발한 ‘송파 시그니처롯데캐슬’이 보류지 10가구 매각에 나섰다. 전용 84㎡와 108㎡로 중대형이 대상이다. 입찰 기준가격은 각각 12억8800만원과 14억1800만원이다.
보류지는 과거 정비사업 조합의 수익을 보장하는 ‘효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침체와 맞물리며 매각에 어려움을 겪었다. 급매 물건이 시장에 쏟아지는 상황에서 가격대가 높은 보류지의 인기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화되고 조합도 보류지 매각 가격을 낮추면서 주인을 찾아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대문의 한 재건축조합 보류지 전용 59㎡가 10억원에 낙찰됐다”며 “매매 가격이 반등한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보류지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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