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파트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하고 GS건설이 공사를 맡았다. 사고 발생 초기만 해도 당초 LH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다. GS건설도 은근슬쩍 LH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GS건설이 일정 부분 설계 과정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뒤바뀌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이달 들어 정밀 조사에 착수하자 GS건설은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지난 9일 공식 사과했다. “설계와 다르게 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발견했다”는 게 핵심이었다.
GS건설은 공식 사과를 통해 “단순 과실이 원인”이라고 했지만, 입주 예정자를 포함한 여론은 또다시 들끓었다. 골조 공사에서 30여 개 철근이 누락된 것을 단순 과실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지하 주차장 지붕 층 전체 700여 곳 중 30여 곳에서 상부와 하부 철근을 연결하는 전단보강철근이 누락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에선 “코로나19 확산 시기, 급격하게 상승한 원가와 관련이 있거나 현장 근로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를 내놓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소극적이던 GS건설에 예견된 사고였다는 시각도 있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은 11년간 4연임한 건설업계 장수 최고경영자(CEO)다. 포트폴리오 조정 등 사업 구조 개선이나 중장기 미래 사업 등에만 주력하다가 이 같은 부실 시공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건설사 한 임원은 “건설사들이 그간 큰 노력 없이도 수익을 내는 국내 주택 사업에서 투자나 관리 측면에서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다퉈 신사업에만 관심을 쏟다 보니 부실 시공, 안전 불감증 등의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소비자에게 단순한 주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건설사가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해 안전 시공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소홀히 할수록 건설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가중된다. 반복된 불신은 결국 건설사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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