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2일 10: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장비 전문기업 필에너지가 코스닥 상장을 위한 한국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었다. 작년 물적분할한 자회사 상장 심사가 강화된 이후 승인된 첫 사례다.
필에너지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승인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작년 10월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지 약 7개월만이다.
5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필에너지는 2020년 필옵틱스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기업이다. 2차전지 제조공정 중 가공된 탭을 분리막 사이에 두고 겹겹이 쌓는 스태킹(Stacking) 공정 설비가 주요 제품이다.
2020년 설립된 이후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00%를 넘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SDI의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받을 것으로 회사 측은 바라봤다.
김광일 필에너지 대표는 “독보적인 양산 기술력과 설비 공급능력 강화로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과 발맞춰 기업가치를 높여갈 것”이라며 “핵심 설비를 중심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장비시장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필에너지는 작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심사 잣대가 강화된 이후 진행되는 첫 사례다. 삼기에서 물적분할한 삼기EV가 작년에 상장했지만, 거래소가 정식으로 바뀐 심사 기준을 적용하기 이전이었다.
물적분할은 분할 이후 모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100% 보유한다. 하지만 모회사의 주력 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만큼 모회사의 기업가치는 낮아지게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시에 모회사 주주는 자회사 분할 상장으로 의결권이 사라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작년 9월 한국거래소는 상장 규정을 바꿔 분할 자회사의 상장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질적 심사에 포함했다. 상장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피해를 예방할 대책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자회사 상장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필에너지 모회사인 필옵틱스는 주주 보호를 위해 필옵틱스 주주들에게 필에너지 주식을 현물배당할 예정이다. 자회사 필에너지 기업공개(IPO) 공모 물량의 20%를 필옵틱스 주주들에게 현물배당할 예정이다. 현물배당 규모 역시 기존 15%에서 5%포인트 높아졌다.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도 병행한다. 필에너지 상장 과정에서 필옵틱스가 확보하는 구주매출 금액의 20%를 들여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다.
필옵틱스가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은 160억~220억원 수준으로 필옵틱스 시가총액 대비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거래소 심사가 길어지면서 필옵틱스의 주주환원 정책은 계속 확대됐다. 작년 말 120억~17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뒤 올해 초 140억~190억원으로 늘렸다. 이후 올해 4월 다시 한 번 확대해 현재와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았다.
필옵틱스 관계자는 “필에너지가 상장되면 필에너지 주식의 현물배당과 함께 구주매출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을 차질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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