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12일 각각 5조6000억원과 1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자산 매각과 함께 차장급 이상 직원의 임금 인상분을 전액 또는 일부 반납하고 일반 직원 임금 동결안도 노조와 협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전과 가스공사의 일반 직원 비중이 80%가량인데 노조가 임금 동결에 반발하고 있어 회사 측 방침대로 자구안이 관철될지는 불확실하다.
우선 전력 공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전력설비 투자 시기와 규모를 조정해 1조3000억원을 감축하고, 일상 경비를 축소해 1조2000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영업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력구입비도 2조8000억원 줄이기로 했다. 석탄발전 상한제 등을 완화해 값싼 전력을 많이 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팔겠다’며 서울 여의도 알짜 부지에 있는 남서울본부 빌딩도 매각하기로 했다. 이 빌딩은 1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3개 층과 서인천지사 등 10개 사옥을 임대하기로 했다.
인건비 감축안도 자구안에 포함됐다. 그동안 여권에서 전기요금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한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구체적으로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은 올해 임금 인상분(1.7%)을 전액 반납하고, 3급(차장급) 직원은 인상분의 절반을 내놓기로 했다. 다음달 공기업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성과급도 1급 이상은 100%, 2급은 50% 반납한다.
가스공사도 사업비 지출을 이연·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존 14조원 자구안 외에 1조4000억원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인건비도 2급 이상은 임금 인상분을 전액 반납하고 성과급은 1급이 전액, 2급이 반액을 내놓는다.
임금 인상분 반납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금액은 많아야 수백억원으로 다른 자구안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한전과 가스공사 직원들이 그동안 대규모 적자에도 성과급을 받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고통 분담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한전 노조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여당이 계속 일방적 자구책을 강요·압박하고 있다”며 “임금은 노사 교섭을 통해 결정할 부분인데 정치권에서 협박하듯 개입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내 ‘MZ노조’로 불리는 더코가스 노조의 이동훈 위원장도 “에너지 가격 리스크가 커진 바람에 생긴 미수금을 회사 경영 부실 문제로 돌리는 것은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직원과 노조가 임금 동결에 동참해달라는 요구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박한신/곽용희/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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