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모비스는 왜 운전자 뇌파를 읽어내려 하나

입력 2023-05-17 07:25  


 -뇌파 측정 졸음 예방 효과 '입증'
 -인간 탑승자에게 이동 수단은 '비서'

 "졸음운전 부주의를 최대 30% 이상 낮추는 효과가 입증돼 저희도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난 8일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에서 만난 크리에이티브UX셀의 황종호 책임과 정유진 책임은 환한 미소를 띠었다. 자신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 뇌파 측정 졸음 방지 시스템의 효과가 제대로 검증된 덕분이다. 이들이 개발한 졸음 방지 기능은 눈꺼풀의 움직임 또는 졸릴 때 머리가 아래로 향하는 것을 카메라가 감지해 경고를 주지 않고 오로지 뇌파에 기반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 즉 뇌파는 여러 종류가 있다. 주파수 범위에 따라 델파, 세타, 알파, 베타, 감마 등으로 분류한다. 이들 각각의 뇌파는 상태와 감정에 따라 실시간으로 주파수가 달라진다. 덕분에 일상 생활에서 뇌파를 활용하는 범위는 비일비재하다. 뇌파로 보안 기술을 개발하는가 하면 음악과 미술 등 예술 세계에 접목되기도 한다. 물론 치매 등의 치료에도 활용되며 게임 등에 쓰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는 아예 뇌를 인공지능과 연결하려 한다. 영화 아바타 같은 시대를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려는 노력이다. 인간의 모든 감정 활동이 결국은 뇌에서 비롯되고 이때 뇌 안에선 전기적 신호(뇌파)가 발생하는 만큼 뇌파를 측정하면 모든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2013년 미국은 이른바 '뇌지도' 프로젝트를 착수했는데 목표는 인간의 모든 생각을 읽어내는 것에 두고 있다. 완성되면 이제는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된다.

 현대모비스 크리에이티브UX셀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졸음이 올 때 형성되는 뇌파의 주파수 영역대다. 각각의 뇌파가 특정 주파수 영역 안에 들어오면 졸음이 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 황종호 책임은 "뇌파 졸음 방지의 핵심은 졸음이 형성되는 각 뇌파의 주파수를 측정해 졸음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인데, 그러자면 측정한 주파수 영역이 가장 중요한 핵심 정보"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밟힐 수는 없지만 여러 뇌파의 주파수를 조합해 특정 주파수 영역대를 설정하고 각각의 뇌파가 교집합을 형성했을 때 졸음이 온다고 판단하면 사전에 운전자에게 경고를 준다. 맛을 내기 위해 집집마다 재료의 배합이 다른 것처럼 뇌파의 배합 비율을 파악한 것이 곧 핵심 기술인 셈이다.

 그런데 고민은 운전자의 뇌파를 어떻게 파악하느냐다. 실험실의 뇌파 측정기처럼 운전자가 머리에 쓰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이어폰처럼 귀에 걸어 착용하는 단말기다. 그리고 해당 기기의 명칭을 '엠브레인'으로 불렀다. 이후 모비스는 경기연구원과 시범 사업에 나섰다. 1년 동안 경기도 공공버스 운전자에게 운전 중에는 '엠브레인'을 착용토록 했고 졸음이 판단될 때마다 경고음과 시트에 진동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경고를 내보냈다. 그 결과 엠브레인을 착용한 운전자는 졸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식후 시간대에 부주의함이 초대 30% 가까이 줄어든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말은 졸음운전 사고 또한 그만큼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속도로 상황에선 20%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졸음 뿐 아니라 뇌파 측정을 통해 운전자가 시야를 놓쳤을 때도 경고를 부여했다. 목 주변 스피커나 진동시트 등으로 경고를 부여했더니 최대 2.3초만에 주의력이 회복됐다. 보통 운전자가 '아차'하며 위험을 깨닫는 시간이 평균 6.7초라는 점에서 주의력 회복이 3배나 빨랐던 셈이다.

 물론 뇌파 정보는 실시간으로 측정돼 서버로 전송되고 위험이 판단되면 시트로 진동 명령을 내린다. 따라서 뇌파 정보는 단순히 졸음에 한정되지 않는다. 측정된 뇌파는 운전자의 건강 정도를 파악하기도 하며 실시간 운행상황과 연동돼 노선 관리에도 활용한다. 버스 운행 간격이 벌어졌을 때 교통 상황 외에 운전자 피로 여부를 파악하는 데도 활용한다. 실제 교통 상황에서 뇌파 신호가 운전자 건강상태와 주행환경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지 유효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셈이다.

 효과가 입증되자 모비스는 올해 말까지 총 300여 대의 공공버스에 엠브레인 적용을 확대키로 했다. 동시에 귀에 부착하는 단말기에 블루투스 기능을 넣고 무게를 줄이는 등 하드웨어 자체의 사용자 편의성도 개선하는 중이다. 정유진 책임은 "가장 중요한 것은 운전자가 단말기를 착용하는 것에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며 "엠브레인에 다양한 통합 기능을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뇌파에 기반한 졸음방지 시스템은 회사 차원에서도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 나라 영업용 운전자에게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서다. 동시에 사고가 줄면 보험사 보상 비용도 떨어지고 대중교통 체계에선 탑승자 안전도 보장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실제 국토부는 차로를 이탈하거나 전방 추돌이 감지될 때 운전자에게 경고를 해주는 카메라 기반 단말기의 버스 및 대형 화물차 부착 사업에 세금을 지원하고 있다. 엠브레인의 경우 차로를 이탈하거나 앞차와 간격이 좁혀졌을 때라는 실질적 위험이 감지되기 이전부터 위험을 사전 경고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예방 효과는 더욱 높다는 게 현대모비스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에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뇌파 기술의 사용 확장성이다. 수많은 감정 분석이 가능한 뇌파를 통해 운전자의 흥분, 차분 등의 감정을 파악해 자동차와 운전자의 대화 수준을 실제 현실 수준까지 높일 수 있어서다. 모빌리티에 인간 비서 기능을 탑재하려 할 때 뇌파를 활용하고 동시에 질병 예방도 이끌어낼 수 있어서다. 현대모비스 황종호 책임은 "뇌와 인간을 연결하는 것은 모든 뇌과학자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라며 "자동차와 운전자를 연결하려는 것도 결국은 같은 맥락"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뇌파가 파고드는 모빌리티의 미래는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끝없는 뇌파 측정으로 만들어 질 미래 세상이 궁금하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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