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IRA 맞불 보조금 통했나…배터리 기업들, 유럽으로 'U턴'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입력 2023-05-14 14:27   수정 2023-05-14 14:55


유럽의 대표 배터리 제조사 스웨덴 노스볼트가 북미 대륙에 새 공장을 짓기로 한 검토안을 철회하고 독일 잔류를 확정지었다. 대만 배터리 제조기업 프롤로지움은 프랑스에 수십억 유로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내놓은 각종 보조금 패키지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 피터 칼슨은 "독일 최북단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새 공장은 연간 최대 60GWh 용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평균 100만대의 전기자동차에 고품질 배터리 셀이 공급될 전망이다. 또 3000명의 직접고용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및 유관 산업군에서 수천 명의 간접고용 효과까지 일으킬 것이란 관측이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유럽 에너지 혁명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환영했다.



당초 노스볼트는 독일에 신규 공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중단하고 북미 대륙으로 공장 부지를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3690억달러(약 490조원) 규모 세액공제 및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미국 IRA의 수혜를 누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노스볼트는 "IRA의 입법 효과는 북미 대륙 공장 당 최대 80억유로(약 11조원)의 가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미국행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IRA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친환경 모멘텀이 옮겨가는 계기"라며 "아시아의 그린테크 기업들도 북미 지역으로 전략적 투자를 재할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노스볼트가 다시 독일에 남기로 결정한 데에는 EU 당국의 맞불 작전 덕분이란 분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 IRA에 맞불을 놓기 위해 핵심원자재법, 탄소중립산업법 등 각종 법안들을 밀어붙이는 동시에 지난 3월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를 승인했다.

최종 입법까지 시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5년까지 한시적으로 기존 보조금 지급 조건 등을 완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터빈, 히트펌프, 탄소포집기술 등 그린테크 관련 기업이 EU에 투자할 경우 보조금을 충분히 지급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하벡 장관은 "TCTF에 따라 독일에 들어설 노스볼트 기가팩토리에 정부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독일 정부와 EU 집행위가 관련 논의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간 EU 당국은 배터리와 반도체 칩, 데이터 클라우드 등 핵심 부문의 산업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고, 독일은 주요 수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 마이크로바스트, CATL 등이 독일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다. 그러나 작년 8월 미 IRA가 발표된 이후 상황이 급반전했다. 유럽은 각종 투자 유치의 주도권을 미국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올해 3월 독일 대표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이 새 배터리 공장을 동유럽 대신 캐나다에 건설하겠다며 방향을 튼 게 대표적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스볼트의 이번 결정은 미 IRA 발효 이후 친환경 보조금을 둘러싼 대서양 양안의 갈등 국면에서 흐름이 확연히 바뀌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대만 전고체 배터리 제조사 프롤로지움도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에 52억유로 규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프롤로지움의 빈센트 양 CEO는 "EU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사업적 확실성을 보장해준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고 강조했다. EU 당국 차원에서 친환경 전기차로의 전환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업계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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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에너지·광물 확보 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에서 다루겠습니다.
★친환경·에너지·광물 분야 전문가님들의 지적과 조언, 제보는 늘 환영합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를 통해 건설적인 공론의 장이 열린다면, 어쩌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을테니까요.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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