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재개를 금지하기로 했다. 러시아산 원유를 유럽 대륙으로 실어나르는 파이프라인은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각종 대(對)러시아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가 가스관 밸브를 잠그는 것으로 맞불을 놓으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첫 공동 제재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결정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개전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출을 겨냥한 첫 번째 제재가 된다.
EU는 그간 러시아산 원유 등을 겨냥해 금수 제재를 가하면서도 천연가스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천연가스의 40% 이상을 러시아에서 수입해올 정도로 러시아산에 대한 의존도가 컸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 러시아가 유럽향 가스관을 잠근 것도 이 같은 의존성을 고려해 유럽의 손발을 묶기 위한 조치였다. 이후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TTF 가격이 평소 대비 10배 이상 폭등하는 등 유럽에 에너지 대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겨울 기온이 예측보다 온화해 가스 소비량이 적었던 데다 EU 각국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할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노력 등이 더해지면서 가스 가격이 안정됐다.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가스 인프라스트럭처 유럽 자료에 의하면 4월초 기준 EU의 가스 비축량은 비축 시설 용량의 55.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5년의 4월 평균 비축률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이 같은 상황들로 인해 이번에는 유럽이 역으로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지 않겠다"며 반격에 나설 수 있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FT가 확인한 G7 성명 초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러시아산 에너지원 사용량을 더욱 줄일 것"이라며 "여기에는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무기화 조치로 폐쇄된 가스관이 재개되는 것을 막는 방안도 포함된다"고 적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7 성명에 관여한 한 유럽 측 관계자는 "유럽과 북미 대륙의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려면 저렴한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유럽 시장에 복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LNG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대표 수단으로 꼽혀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