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입사검' 분위기는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이었죠. 제아무리 직계 가족이어도 방문 인원에 제한을 뒀고 방문객들의 체온 체크부터 손 소독, 물품들의 살균까지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최소의 인원만 방문해서 점검해야 하다 보니 대단지의 경우 사전점검 기간이 길게 잡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시기가 1분기까지도 이어졌습니다.
조용하고 몇 명만 갔던 '입사검' 분위기는 최근 들어 반전됐습니다. 코로나의 그늘에서 벗어나 온 가족이 나서서 내 집을 미리 만나러 가는 겁니다. 아파트 준공시기는 여름과 겨울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사전점검은 봄과 가을이기 마련인데요. 아파트의 봄 조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보니 '점검'을 넘어서 '축제'처럼 즐기는 행사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12일부터 3일간 입주자 사전점검을 진행했던 인천 서구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4805가구)가 이러한 경우입니다. 2020년 분양 당시부터 배우 이병헌을 모델로 광고하면서 '리조트 아파트'를 내세웠던 단지였습니다. 단지도 큰데다 광고처럼 지었을지 입주예정자들은 궁금할 수밖에요. 한 때 분양권에 수억 원의 웃돈이 붙었다가 최근 매매가가 주춤한 상태입니다. 어떻게 지어놨는지 확인하고 들어가 살지 전세를 놓을지를 가늠하려면 직접 보는 게 현명하겠죠.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사전점검 기간에 다녀간 입주자와 방문객들이 1만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재방문이 중복으로 집계됐다고 하는데요. 그도 그럴만한 것이 기존에 방문한 입주예정자들이 가족 단위로 도시락을 싸 들고 커뮤니티나 조경, 놀이터 시설 등을 즐기기 위해 또 들른 겁니다. 호텔 부럽지 않은 실내 수영장 시설과 에버랜드 콘셉트를 따온 놀이터, 글램핑장과 돔파고라 등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시행사인 DK아시아 관계자는 "대단지에 입주예정자들이 수천명 몰리는 행사다보니 준비를 수개월 전부터 해왔다"며 "사전점검에서 지적된 개별세대의 하자들도 완공 때까지 잘 처리해 입주민의 만족도가 높은 아파트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주말에 사전점검을 한 또 다른 아파트로는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1509가구)도 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민간개발 조성사업으로 공급된 아파트인데요. 이름에 걸맞게 숲세권, 공원 아파트입니다. 영흥공원은 새롭게 단장해서 작년에 개장했고 이달에 정식 개장을 앞둔 '영흥수목원'도 둘러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집집마다 거실에 수건과 디퓨저를 선물로 포장해 놓기도 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입주 예정자들의 반응입니다. 팔려고 내놨던 매물을 일부 거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점검을 하려고 막상 둘러보니 직접 사는 걸로 마음을 바꾼 겁니다.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은 전용면적 84㎡ 분양권에 웃돈이 1억3000만~2억원가량 붙어 있습니다. 최근과 같이 집값이 약세인 와중에 차익실현이 가능한 아파트인 겁니다. 올해 들어 거래된 분양권을 보면 1월에 12건이었고 △2월 9건 △3월 12건 △4월 8건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7건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 아파트들도 집집마다 하자가 있고 부실한 시공이 있을 겁니다. 이젠 깜깜이 사전점검은 없습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 '사전점검 리스트'도 있고 '사전점검 대행업체'도 쓸 수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놨다가 증거로도 쓸 수 있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빠져나갈 틈과 방법이 줄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천명의 입주민들이 들어가 있는 단톡방은 힘을 발휘합니다. 여럿이 하자내용을 공유하면서 문제점을 짚어나갑니다. 예를 들어 어느 동의 어느 라인의 '욕실'이 문제인 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면 시공사에 전달하는 식입니다. 과거와 같이 '시세 오르면 그만', '전세 놓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줄었습니다.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들은 각종 부동산 규제로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시기에 분양했던 단지들입니다. 입주예정자 입장에서는 어렵게 고생해서 분양받았으니 내 집에 대한 애착도 큽니다. 이를 알기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는 부실공사 사례는 남일 같지 않습니다.
검암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를 분양받아서 입주할 예정인 김모씨는 "주변에 최근 사고가 일어난 아파트도 입주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니 내 일 처럼 속이 타더라"며 "사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분양권 가격이 빠지면서 그냥 팔고 말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시세보다 맘 편하게 들어가 살자는 마음으로 입주를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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