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 서비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챗봇 ‘챗GPT’ 등과 같은 생성형 AI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일명 '비전 AI' 분야 산업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비전 AI는 사람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을 카메라 등으로 확인한 시각 정보로 대체해 AI가 분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관련 AI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최근 국내 비전 AI 시장을 이끄는 국내 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인도 꼬부랑 글씨도 디지털 데이터로
업스테이지는 국내 대표적인 AI 스타트업 중 하나다. AI 도입을 원하는 고객사에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구축해 주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네이버 AI 전문조직인 클로바 사내법인(CIC)을 이끌었다. 공동 창업자인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박은정 최고전략책임자(CSO)도 네이버에서 각각 AI 기반 광학문자판독(OCR) 기술과 AI 번역기 ‘파파고’ 개발을 이끌던 AI 전문가다.
업스테이지는 국내 대표적인 OCR 업체이기도 하다. OCR은 각종 문자 이미지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비전 AI가 바탕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등으로 영수증을 스캔하면 컴퓨터가 스캔본을 이미지 파일로 저장한다. 이미지 파일에서는 문자 편집기를 사용하여 단어를 편집, 검색하거나 단어 수를 계산할 수 없다. 하지만 OCR을 사용하면 이미지를 텍스트 문서로 변환해 관련 내용을 텍스트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다.
업스테이지가 지난달 국제패턴인식협회(IAPR)의 문자인식 국제경진대회인 ‘ICDAR’에서 4개 종목에서 1위에 올랐다. ICDAR은 디지털 이미지와 비디오상 문자 등을 감지·인식하는 OCR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경진대회 중 하나다. 업스테이지는 하이퍼텍스트 등 이번 대회 4개 종목에서 아마존, 엔비디아, 알리바바, 화웨이 등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인도에서 쓰이는 대표 언어 10종의 이미지를 AI가 파악하는 테스트도 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달 삼성생명에 금융 특화 AI 솔루션 ‘OCR Pack’을 공급하기도 했다. 진료비영수증 등 보험청구서류 7종 문서의 자동화를 돕는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업스테이지는 ICDAR 4관왕 등의 성과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입증한 OCR팩을 통해 금융사의 디지털 및 AI 혁신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AI로 아이 관찰하고 음식 쓰레기 줄여
AI 기반 영유아 및 노인 행동 분석 업체 플레이태그도 비전 AI 기술을 활용한다. 플레이태그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영유아 교육 현장의 맞춤형 교육을 위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행동을 등원부터 AI가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맞춤형 영유아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관련 기술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특정인을 하루 종일 관찰해서 분석하는 업무를 AI가 대신 처리하는 것이다.플레이태그는 지난해 1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DSC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 슈미트와 스톤브릿지벤처스 등이 투자했다. AI 비전 기술을 이용한 영유아 행동 분석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에도 지난해 선정됐다. 팁스는 민간과 정부가 합심해 우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민간 회사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정부가 연구개발(R&D) 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민간이 초기 투자하고 정부가 후속으로 연계 지원하는 방식이다.
누비랩은 푸트테크 스타트업이다. 비전 AI 기술 등으로 학교 급식 등의 남은 반찬을 파악해 음식물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가 소비자의 식전, 식후 식판을 분석해 어떤 음식이 얼마나 남았는지 측정한다. 누비랩의 AI 음식 스캐너 ‘누비스캔’은 음식 적정량도 분석해 배식 단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절감한다. 음식이 나오는 배식구와 식기를 반납하는 퇴식구에 각종 스캐너와 센서를 설치해 식판을 대면 AI가 음식 종류와 양을 분석한다.
누비랩은 학생 식습관 개선 등을 위해 교육기관도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와 기업, 관공서 등 70곳에 관련 솔루션을 제공했다. 음식물쓰레기를 기존보다 60% 이상 줄인 곳도 있다. 누비랩은 기술과 서비스를 인정받아 지난해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GS 등으로부터 시리즈A(사업화 단계 투자)로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최근에는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순환 경제’ 프로그램에 국내 유일 참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글 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순환경제’는 구글이 순환경제 분야에서 최초로 내놓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순환경제는 자원을 재활용·절약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선순환 경제 모델을 뜻한다.
안구 질환 조기 진단하는 AI
AI 기반 헬스케어업체 에이아이인사이트는 비전 AI를 활용한 망막 검진 플랫폼 '위스키'로 녹내장, 황반변성 등을 조기에 진단한다. 안과 전문의가 설계한 AI 알고리즘이 망막 사진 수십만 장 이상을 학습해 환자의 증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에이아이인사이트는 부산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기술지주의 자회사다. 부산대병원연구원장인 김형회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AI로 각종 안구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빠른 치료로 실명도 막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AIST 전자전산학 출신의 권한조 부산대 안과 교수와 고려대 전자공학 출신의 박건형 부산대 안과 교수가 최고안전경영책임자(CSO)를 맡고 있다.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가 내분비내과에서 '위스키'를 이용하면 당뇨의 합병증 중의 하나인 당뇨병성망막병증을 확인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 앓고 있는 환자는 수면 전문 의원에서 위스키로 녹내장 확인이 가능하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내과에 방문한 환자는 황반변성 증상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위스키는 안과에 가지 않고도 눈의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에이아이인사이트는 위스키를 활용하면 의료 인력이 부족한 도서 지역의 의원, 보건소 등이 빠르게 관련 질환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산시는 올 3월부터 부산 시내 16곳의 구·군 보건소에서 에이아이인사이트를 도입했다.
아이미마인은 스마트폰 촬영 사진 등 이용자의 전신 사진으로 다양한 몸 수치를 파악할 수 있는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도 비전 AI가 핵심 역할을 한다. 관련 솔루션 '사이즈마인'은 사용자의 전신 사진 한 장으로 사용자의 3차원(3D) 이미지를 생성해 각종 신체 치수를 측정한다. 14만여 건의 신체·의류 데이터로 관련 AI 기술을 고도화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신체적 특징도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외국인의 체형 정보도 분석하고 맞춤 의상까지 매칭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박익수 아이미마인 대표는 “사진 한 장으로 0.1초 만에 전신 사이즈를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술의 정확도는 98%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해당 솔루션을 이용하는 쇼핑몰 등 고객사는 제품 반품을 줄이고 재고 관리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의류 상품을 주문할 때 고객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온라인 패션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미마인은 메타버스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앞서 아이미마인는 2021년 요즈마그룹코리아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요즈마그룹코리아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K-Global 액셀러레이터 육성사업’을 통해 아이미마인의 액셀러레이팅을 지원했고 직접 투자에도 나섰다.
비전 AI 시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AI 비전 기술 시장 규모를 지난해 21억달러(2조 8077억원)에서 2025년 72억달러(약 9조 6264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율 주행, 보안 및 감시, 스마트 홈 등 다양한 산업에서 비전 AI 기술 적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 주행 분야에서는 주행 환경 인식, 차량 감지, 충돌 방지 등을 위한 비전 AI가 필수다. 보안 및 감시 분야에서도 얼굴 인식 및 객체 감지 기술에 비전 AI 기술이 쓰인다. 스마트 홈 분야에서는 AI가 CCTV를 통해 거주자 판단, 주변 상황 파악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비전 AI 기술을 남용하면 얼굴 인식 등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