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7일 13:5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의 선호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ver the Top)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특히 한국은 역대 넷플릭스 시청순위 1위인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100위권 내 K-드라마가 15편이나 올라오는 쾌거를 이루며, OTT 콘텐츠의 성지로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 관심은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첫 일정에서도 다시금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를 만나 25억 달러(약 3조 3천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는데, 이 금액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2016년부터 지난 2022년까지 6년간 투자한 총금액의 2배에 달한다.
최근 국내 OTT 시장이 커지면서 치킨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외 OTT 기업 간 콘텐츠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자 제작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제작사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면서 스튜디오의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접근성이나 시설 등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스튜디오가 수요 대비 부족한 실정이다.
향후 OTT 시장의 경쟁이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며 그 경쟁에서 나타나는 주요 트렌드를 지역, 유형, 규모, 부지 등 총 4가지 분야로 나눠 볼 수 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향후 스튜디오는 수도권 인근을 중심으로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동과 준비시간이 많이 걸리는 콘텐츠 제작 업무 특성상 스튜디오의 위치에 따라 제작 인력의 근무시간이 크게 좌우된다. 제작사 입장에서 주 52시간제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방 촬영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수도권을 더욱 선호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 최근 MBC가 제작해 많은 주목을 받은 <피지컬: 100>과 같이 지상파 방송사의 OTT 콘텐츠 제작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결국 지상파 사옥과 가까운 지역의 스튜디오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피지컬: 100>의 경우도 상암에 있는 MBC 사옥과 가까운 일산 세트장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두 번째는 유형 측면이다. 앞으로 실감형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버추얼(Virtual) 스튜디오의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생소하기만 했던 가상현실이 더 빠르게 일상으로 다가오면서 실감형 콘텐츠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로 2020년 글로벌 실감형 콘텐츠 시장은 2016년 대비 300% 이상 증가하면서 274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2025년에는 1,238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도 마찬가지로 2019년 약 2조 8천억에서 2025년 약 33조 2천억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실감형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전방산업 중 하나인 버추얼 스튜디오 시장이 덩달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CJ ENM이나 SK텔레콤, 덱스터 스튜디오 등 다양한 기업에서 LED 스크린, VFX·XR 촬영용 카메라 등의 첨단 설비를 구비한 버추얼 스튜디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세 번째는 규모적인 측면이다. 최근 주요 제작사들이 찾는 스튜디오의 공통된 특징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다양한 장면을 한 공간에서 촬영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후반 작업까지 원스톱 제작이 가능한 대형 스튜디오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고양 아쿠아특수촬영 스튜디오나 합천 영상테마파크, 스튜디오큐브 등은 기존의 스튜디오에서 실내 스튜디오나 특수 스튜디오 등을 추가해 복합 스튜디오로 재편한 예시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이 시작된 스튜디오 센터나 코리아스토리 같은 경우에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대규모 복합 스튜디오를 염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분야는 부지이다. 최근에는 폐부지나 유휴부지, 또는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공장용지 등을 변경하여 스튜디오로 활용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양 아쿠아특수촬영 스튜디오는 폐정수장을 활용해서 개관했고 스튜디오드래곤은 문경 마성에 6년 동안 방치된 폐기물 부지를 시대물 야외 스튜디오로 환골탈태시켰다. 또 시설 노후화로 문 닫은 쌍용양회 공장을 스튜디오로 만든 문경시 사례 등을 꼽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사회의 애물단지로 여겨졌던 폐정수장, 유휴부지가 국내 유망 스튜디오 중 하나로 변모하면서 전반적인 사업비 감소는 물론이고 역으로 수익 창출까지도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향후 OTT 기업의 콘텐츠 경쟁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콘텐츠 제작의 주요 인프라인 스튜디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수요 확보를 위해 지역, 유형, 규모 등의 측면에서 오늘날 시장 선호를 고려한 스튜디오 개발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장기적 관점으로 스튜디오 부지 확장성을 면밀히 검토해 대관 외에도 관광·체험 상품 개발 등 구체적인 사업 운영 방안 수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최근 지자체들이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해 그린벨트나 장기 미개발지역 등에 스튜디오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현시점에서 개발이 어려운 부지를 보유한 기업은 해당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서도 스튜디오 설립 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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