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합병 '불가 판정' 받은 벤처캐피탈 IPO, 일반상장으로 선회

입력 2023-05-16 15:27  

이 기사는 05월 16일 15: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팩합병을 추진하던 벤처캐피탈(VC) HB인베스트먼트가 일반 상장으로 선회한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상 VC가 다른 VC 지분을 취득할 수 없다는 법률이 적용돼 스팩 합병이 무산됐다. VC뿐 아니라 신기술금융회사, 신탁사, 금융회사 등이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할 창구가 사실상 막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HB인베 이어 캡스톤도 스팩합병 심사 철회 수순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스팩23호와 스팩합병을 추진하던 HB인베스트먼트는 전날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작년 10월 거래소에 합병 예비 심사를 청구한 지 약 7개 월만이다. 국내 VC 최초로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한 사례지만 무산됐다.

심사 과정에서 스팩에 지분을 투자한 VC가 다른 VC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벤처투자법에 따르면 창업투자회사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서 규정하는 금융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문제는 창업투자회사 역시 금융실명법상 금융회사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금융실명법은 자본시장법상 투자매매업자와 투자중개업자, 집합투자업자, 신탁업자, 증권금융회사 등을 금융회사로 정의한다.

NH스팩23호의 경우 3월 말 기준 SBI인베스트먼트와 웰컴자산운용 등이 각각 지분 14%와 5%를 보유하고 있다. HB인베스트먼트와 NH스팩23호의 합병이 이뤄지면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HB인베스트먼트 지분을 취득하게 되는 구조다.

벤처투자법 단서 조항에 따르면 VC가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다른 VC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스팩합병 심사 과정에서는 VC가 직접적으로 다른 VC 인수합병을 추진한 게 아니란 점에서 예외로 허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B인베스트먼트는 법령 해석 외에는 심사 과정에서 별다른 이슈가 없었던 만큼 일반 상장으로 트랙을 바꿔 다시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NH스팩25호와 스팩합병을 추진하던 캡스톤파트너스도 같은 이유로 조만간 합병 예시 심사 청구를 철회하고 일반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NH스팩25호 최대주주는 우리벤처파트너스다.
"법률 제정 취지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
이번 결정으로 VC는 물론 신기사와 액셀러레이터, 증권사, 보험사, 신탁사 등 금융실명법상 금융회사는 VC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스팩과 합병이 불가능하게 됐다.

스팩 투자회사 관계자는 “스팩 발기인으로 VC가 참여하지 않은 스팩만 VC를 합병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국내 상장 스팩 대다수에 VC가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VC 등 금융회사의 스팩합병은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스팩합병시 벤처투자법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법률 제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조합이 금융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수 없게 한 것은 산업자본이 금산분리 원칙을 우회하거나 금전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스팩합병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VC 등 금융회사의 상장 통로를 막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시장 관계자는 “스팩에 지분을 투자한 주주는 합병 이후 단기에 투자금을 회수할 투자자인 만큼 법령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작다”며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의무적으로 지분을 팔도록 하는 규정 등을 적용해 악용 소지를 없앨 수도 있었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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