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17일 '전두환 일가' 중 처음으로 5·18민주화운동 추모식에 참석했다.
전 씨는 이날 오전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오월어머니, 오월 관련 단체 주요 인사들과 만나 사죄의 뜻을 밝혔다. 전 씨의 방문에 오월어머니들은 "할아비와는 다르다" 등의 말과 함께 그를 다독였다.
전 씨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당하신 분들께 잘못을 사죄드린다. 제 가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죄의식을 가지고 잘못을 사죄드리러 온 것"이라며 "말할 자격도 없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5·18 당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 박관현 열사의 누나 박행순(73) 씨는 "단 한 번도 사죄하지 않던 할아비 죄를 손자가 대신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묵었던 분노와 설움이 조금이나마 풀렸다"며 "올해는 감회가 남다른 5월을 맞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 씨는 지난 3월에도 광주를 찾아 5·18 묘지를 참배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유족과 피해자와 만남' 행사에서 "할아버지 전두환 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고, 학살자임을 가족 구성원으로서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전 씨의 절절한 사과에 수많은 5·18 유족과 피해자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광주 시민들은 전 씨에게 "고마워요 전우원 씨", "전우원 파이팅", "여기 와줘서 고맙다. 마음이 조금 풀린다" 등의 응원을 건넸다.
그는 "저를 포함한 제 가족들로 인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상처를 받고 원한도 많을 것 같지만, 의미 있는 기회이자 순간인 만큼 최선을 다해 피해자분들, 상처받으신 모든 분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드리고 싶다"고 재차 호소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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