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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가 5년 내로 마지노선을 넘어 ‘기후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올해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온 상승세가 특히 가파를 것이란 관측이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공개한 연례 평가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기온이 향후 5년 안에 산업화(1850~1990년) 이전 대비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5도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해 제시된 목표치다. 온도 상승 폭이 이 수준을 넘어서면 극심한 홍수나 가뭄, 산불, 식량 부족 등 재앙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평균적으로 지구 온도는 최소 1.1~1.2도 상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3년간 바닷물 온도가 평상시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온도가 유지돼 왔다.
지구 표면 온도의 상승 폭이 일시적으로라도 1.5도를 웃돌 확률은 66%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50%를 넘긴 건 사상 최초다. 임계점을 넘을 확률이 넘지 않을 확률을 넘어섰단 얘기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수치는 48%였고, 8년 전인 2015년에는 무려 0%에 불과했다. WMO는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 뛸 가능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영구적으로 1.5도 이상의 기온 상승 폭이 유지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빈번하게 임계치를 초과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WMO는 향후 5년 내로 지구 기온이 역대 최고 상승 폭인 1.28도(2016년)를 상회할 확률이 98%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최고 상승률을 경신한 시점 이후부터 5년간 기록적인 더위가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다.
몇 달 안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엘니뇨 현상이 지구 기온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6년의 기록적인 더위도 엘니뇨가 주요인이었다. 통상 엘니뇨가 발생한 다음 해에 기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2024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탈라스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와 결합된 엘니뇨는 지구 기온을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며 “이는 인류의 건강과 식량 안보, 물관리, 그리고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WMO는 앞서 엘니뇨 발생 시점과 확률을 올해 5~7월 60%, 6~8월 80%로 제시한 바 있다.
엘니뇨로 눈과 빙하 등이 녹으면 지구 표면이 태양 빛을 반사하는 능력이 감소한다. 이 때문에 북극의 온도는 평균 대비 3배 이상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 소속 과학자들은 “앞으로 5년간 북극에서 불균형적으로 높은 수준의 온난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스칸디나비아나 시베리아와 같은 고위도의 북반구 지역에서 내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평균 이상의 비가 쏟아질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인도, 방글라데시,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선 이미 지난 4월 기온이 40도 안팎으로 오르며 역대 최고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다.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가뭄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유럽에서도 이상 고온 현상이 빈번히 관찰됐다.
이 같은 기후 변화는 식량 문제부터 시작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미국에선 이번 세기말까지 1300만명 이상이 해수면 상승으로 집을 잃고 강제 이주에 내몰릴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고 CNN이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으로 오르면 극심한 폭염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수가 약 4억2000만명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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