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8일 14: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럽 정부의 환경 규제가 부동산 투자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드리안 베네딕트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부동산 솔루션 책임(사진)은 18일 여의도 콘래드에서 열린 ‘ASK 2023 글로벌 대체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유럽에서 투자처를 찾을 때 고려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베네딕트 책임은 피델리티에서 부동산 전략과 채권 발행 및 구조화, 국내외 부동산 펀드 출시를 담당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25개 이상 국가에서 6631억달러(약 880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베네딕트 책임은 "유럽의 환경 규제가 날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이를 굳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친환경 부동산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성장하는 배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넷제로'는 가장 큰 화두다. 유럽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베네딕트 책임은 이들 기업이 친환경 부동산을 찾는 강력한 수요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건물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이 유럽 전체 탄소 배출량의 36%를 차지한다"며 "넷제로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친환경 부동산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유럽에 있는 건물 중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건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베네딕트 책임은 "유럽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건물은 20% 내외에 불과하다"며 "친환경 건물의 몸값이 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물류업계에서도 친환경 부동산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네딕트 책임은 "글로벌 물류업체 DHL은 203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며 "과거에는 물류센터를 매입할 때 입지와 교통 등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건물의 에너지 등급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딕트 책임은 '탈탄소화'라는 키워드가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다시 깨우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은 주식과 달리 사고파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한 번 가라앉은 시장이 되살아나려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며 "탈탄소화가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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