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TV 봐요"…시청률 1위 대박난 방송 관계자의 한탄 [김소연의 엔터비즈]

입력 2023-05-21 07:27   수정 2023-05-21 07:28


"요즘 다들 힘들어요. 1위한 그 프로그램이요? 시청률은 높은데, 수익은 별로였어요. 광고가 너무 안 팔렸어요."

시청률 돌풍으로 화제가 됐던 한 프로그램 관계자가 털어놓은 속내였다. 시청률 1위로 화제가 된 프로그램들도 제작, 진행비를 까보면 '적자'인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상파 중간광고 시행과 코로나19로 지연된 광고 집행 등으로 회복하는가 싶었던 방송 광고가 최근 다시 하락세를 보인다. 지상파뿐 아니라 케이블TV,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 광고 시장 전체가 "위기"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와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방송 광고 시장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진행된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예능 부분 작품상인 '피식대학-피식쇼'를 비롯해 남녀 예능상을 받은 김종국, 이은지는 각각 '짐종국'과 '길은지' 등 유튜브 기반 웹 콘텐츠에서 활약한 부분이 인정됐다. 대중적인 인기와 화제성의 바로미터인 예능의 중심축이 TV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진행한 '2022년 광고주 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매체별 예상 집행 비율은 온라인?모바일이 44.2%로 인쇄(15.6%), 지상파 TV?라디오(12.4%), 종편?케이블TV(11.0%)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선호도 역시 온라인?모바일이 60.3%로 지상파TV(15.1%)와 케이블TV(12.3%) 등에 비해 눈에 띄는 차이를 보였다.

특히 향후 광고비 집행 증가 예상 매체로 온라인, 모바일을 꼽은 답변이 79.5%로 가장 높았고, 감소 예상 매체로는 지상파TV가 35.6%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방송 광고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지상파 방송사 소속 연출자는 "제작 과정에서 만나는 투자자 중에 대놓고 '방송에서 틀지 말고 OTT로 공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방송사도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하청업체가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때보다 어려운 광고 경기 침체"
SBS가 지난 12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21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0.4% 감소했다. 특히 광고 수익이 834억원으로 월드컵 특수를 누린 지난해 동기 대비 36.4% 떨어졌을 뿐 아니라 2020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시기보다 광고 매출이 떨어진 것.

SBS는 올해 1분기 최고 시청률 21%인 '모범택시2'를 비롯해 '법쩐' 등 인기 드라마를 연이어 내놓았고, '미운우리새끼', '골 때리는 그녀들' 등 고정 예능 시청률 역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광고 매출이 떨어진 것은 전반적인 방송 광고 시장 위축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SBS 목표주가를 이전보다 6% 하향 조정한 4만7000원으로 제시하면서 "상반기 TV 광고 업황이 보수적으로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임을 반영했다"며 "(SBS는) 중장기 관점에서는 상승 잠재력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상승 모멘텀이 부재하다"고 평가했다.

CJ ENM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1분기 CJ ENM 매출액은 9490억원으로 0.9% 감소했지만, 영업적자는 503억원을 기록했다. 400억원 상당의 티빙 적자, 해외 자회사인 피프스 시즌(Fifth Season)의 400억원 적자도 있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TV 광고 부진이 꼽혔다. tvN과 Mnet, OCN 등 케이블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CJ ENM은 TV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 하락했다고 봤다.
TV 위협하는 OTT
방송이 외면받는 동안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OTT 광고 시장과 영향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2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를 통해 OTT 사업자 매출, 이용률, 유료 이용자 비율 등이 전반적으로 증가해 유료 방송시장을 포함한 방송시장 전반에 대한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부터 광고 기반 저가 요금제를 도입하며 광고 시장에도 진출했다. 방통위는 "OTT의 광고시장 진출이 장기적으로 국내 OTT 사업자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구독 데이터 분석업체 안테나에 따르면 미국 내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중 광고형 베이식 멤버십(한국 기준 월 5500원) 비중이 지난해 11월 9%에서 올해 1월 19%로 늘었다. 광고 요금제 가입자 수가 출시 2달 만에 미국 내에서만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최고가 멤버십인 프리미엄(19.97달러, 한국 1만7000원) 비중은 2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저렴한 요금형인 베이식 멤버십(한국 9500원) 비중이 지난해 11월 41%에서 올해 1월 16%로 크게 줄었다. 고화질이 아닌데다 광고까지 나오지만 저렴하게 넷플릭스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광고형 멤버십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OTT에서 자체 광고 시장을 개척하면서 이들을 찾는 광고주들도 늘어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TV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Nielsen)은 지난해 7월, 미국인들의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 시청 시간이 전체 시청 점유율에서 34.8%를 차지해 케이블TV 시청 점유율(34.4%)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이블TV의 코드 커팅이 지속되고, 스트리밍 시청은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8일에는 미국 케이블 TV를 대표하는 채널로 꼽히는 스포츠 전문네트워크 ESPN이 케이블 채널로 송출됐던 스포츠 경기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케이블TV를 해지하고, 넷플릭스와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시청자들이 증가하는 현재 상황이 ESPN의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진출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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