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개설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고용된 치과의사를 상대로 정부가 내린 면허 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치과의사 A씨가 "의사면허 자격 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부산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A씨는 2013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울산에 자신의 명의로 또 다른 치과병원을 개설해 B씨에게 실질적 운영을 맡겼다. A씨는 그 대신 B씨로부터 매달 일정한 급여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B씨는 당시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 중이었기 때문에 병원을 더 개설해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이를 알면서도 B씨에게 고용돼 일했다. 보건복지부는 A씨의 범법 사실을 확인하고 작년 6월 A씨에게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했다"며 1개월 15일간 의사면허 자격을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처분에 반발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처분의 시효를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으로 규정한다'는 의료법 조항을 내세워 면허 자격정지를 무효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법을 위반한 기간은 2013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이기 때문에 처분 시효가 지났다고 본 것이다.
A씨는 또한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것보다 의료인에게 고용돼 진료를 한 것이 위법 정도가 경미하다"면서 "공익침해가 크지 않은 반면 처분으로 입게 될 불이익이 막대하므로 보건복지부가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위반행위가 영업을 위해 계속·반복적으로 이뤄졌으므로 처분 시효는 최종 행위(2017년 9월)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봤다. 보건복지부의 징계 처분이 2022년 6월 이뤄졌기 때문에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보건복지부가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A씨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규정은 지나친 영리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과 의료시장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A씨에게 징계를 내려 달성하려는 공익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