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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 헤지펀드들이 유가 선물시장에서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하지만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추가 감산 가능성 등 에너지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등 에너지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금융투자자들이 2011년 후 가장 높은 강도로 유가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유가도 1년째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31달러(0.43%) 하락한 배럴당 71.5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물 브렌트유는 0.28달러(0.4%) 떨어진 배럴당 75.58달러를 기록했다.
석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다양한 이유에서다. 우선 미 중앙은행(Fed)의 계속된 금리 인상은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물가 상승과 소비시장 위축 가능성 때문이다. 올 들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중국의 경기 반등이 예상에 미치지 못한 점도 유가 하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부채 한도 증액을 놓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근 조사에서도 전문가 65%가 경기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시장 트레이더들이 선택할 수 있는 약세 시나리오가 부족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실물 시장의 분위기는 금융시장의 유가 약세 베팅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항공 여행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2021년 12월 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연료 재고는 휘발유와 경유의 계절적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또 원유 실물 거래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에 대한 헤지를 오히려 줄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미국 정유회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 가장 많은 원유 가공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OPEC+가 석유 추가 감산을 결정할 경우 약세장에 큰돈을 투자한 헤지펀드들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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