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공항신도시 건설을 위한 대구시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관문공항을 갖춘 인천과 수도권에 비해 절대적인 인프라 열세로 외국인 투자 및 기업 유치가 저조했던 대구·경북의 투자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구시는 군위·의성에 건설되는 새 공항에 국내 처음으로 두바이식 공항경제자유구역을 도입해 대구를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대구경북신공항과 대구공항후적지 개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잇달아 방문했다. 시 관계자들은 19일 두바이 합툴호텔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두바이가 공공주도형 개발에 해외 투자자들을 참여시킨 과정을 듣고 공항신도시 개발 전략을 논의했다.
이들은 두바이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서 얻은 시사점을 바탕으로 660만㎡에 달하는 K2 후적지 개발 비전과 전략을 올 상반기 발표할 계획이다. 작년 10월 착수한 공항 후적지 마스터플랜 고도화 용역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홍 시장은 20~22일 두바이공항프리존(DAFZ)과 창이공항도 방문했다. 22일엔 2023년 세계 최우수공항 부문 1위를 차지한 창이공항을 운영하는 창이그룹의 림 칭 키앗 부회장을 만나 성공 노하우를 공유했다. 창이공항은 대구공항과 마찬가지로 민·군 겸용 공항이지만 운항 제한시간 없이 24시간 이착륙할 수 있어 노선 간 연계성과 물류가 뛰어나 글로벌 허브공항으로 자리 잡았다.
홍 시장은 “대구경북신공항과 공항 신도시는 규제 완화 여부에 성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안 되는 이유’에 머물러 있다 보면 인천 등에 비견할 만한 투자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것이다.
관문공항이자 항공물류의 98% 이상이 집중된 인천공항을 보유한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은 각각 2003년과 2008년 출범했는데 투자와 기업 유치 실적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대구경제자유구역보다 외국인 직접투자액(누적 신고액 기준)이 훨씬 많다. 인천이 144억달러인 데 비해 대구경북은 2억6900만달러로 5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면적이 일곱 배 넓다는 점을 감안해도 큰 격차다. 또 2021년 기준 사업체 수는 대구경북 905개로 인천(3481개)의 26% 수준에 불과했다. 구역 내 기업 매출은 대구경북이 9조4465억원으로 90조원인 인천의 10.4%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홍 시장은 신공항을 발판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두바이처럼 글로벌 여객 물류거점 신공항을 통해 하늘길을 열고 기존 대구공항 후적지는 글로벌 관광·첨단산업 중심도시로 조성해 대구의 미래 50년을 이끌 신성장 거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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