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올 성장률 전망을 1.4%까지 낮춘 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은 소비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이 심화하면서 소폭의 플러스 성장에 그쳤다”며 “2분기에도 회복 모멘텀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을 이끌 것으로 여겨지던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점도 성장률 하향 요인으로 꼽힌다.
부문별로 보면 올해 민간소비는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소득 증가,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띠겠지만 지난해 4.3%에 비해선 증가율이 낮다고 본 것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0.5%에서 올해 -3.2%로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증가율(재화 기준)은 지난해 3.4%에서 올해 0.4%로, 수입 증가율은 4.7%에서 -0.2%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298억달러에서 올해 240억달러로 줄었다가 내년 450억달러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제시한 1.4%의 성장률 수준은 국내외 주요 기관보다 낮은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성장률 전망을 내렸지만 한은보다 높은 1.5%를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말 발표한 1.6%를 유지하고 있다. 1.4%의 성장률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것이다.
한은은 이날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중국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나쁠 경우 성장률이 1.1%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우에 따라선 경기가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3%,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를 제시했다. 지난 2월 전망에 비해 각각 0.1%포인트와 0.2%포인트 내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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