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ppm(1ppm=100만분의 1) vs 100ppm.’
일본 도요타의 자동차부품 업체인 미후네와 현대자동차그룹 협력사의 불량률(평균)이다. 미후네가 매달 850만 개의 부품을 생산하면서 나오는 불량품은 고작 8~9개다. 올해는 절반 수준인 0.55ppm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다. 반면 같은 생산량 기준으로 현대차 협력사에서는 850개의 불량품이 발생한다. ‘불량률 제로(0)’가 목표인 미후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아진산업의 서중호 대표를 포함해 부품사 대표 10여 명이 일본으로 달려간 이유다.
지난 18일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있는 미후네 공장에서는 도요타 고급 미니밴 ‘알파드’에 들어갈 부품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도요타는 다음달 알파드 양산에 들어간다. 프레스·용접 업체인 미후네는 신차에 들어가는 140여 개 아이템(납품 종류 단위)을 생산한다. 이 분야 도요타 2차 협력사 중 최대 규모다. 우메무라 사카시 미후네 회장은 “낮은 원가에도 우수한 품질과 생산능력으로 역대급 물량을 수주했다”고 말했다.
우메무라 회장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작업 공간에 ‘낭비’ 요인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후네 공장은 직원의 작업 동선을 최소화해 제자리에서 대부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생산량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재고를 쟁여놓을 필요도 없다. 언제 어디서든 공장 가동 현황을 한눈에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생산 상황 가시화’와 공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사로 나서는 반장들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올해로 83세를 맞은 우메무라 사카시 미후네 회장은 매일같이 공장을 점검한다. 생산 현장에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미후네 공장엔 모든 설비와 재료가 직원들이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직원들의 동선 낭비를 없애고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재고가 줄어든다는 게 우메무라 회장의 생각이다. 미후네 공장에 재고 보관 창고는 물론 이를 관리할 직원이 없는 이유다. 그는 “미후네 공장 재고는 모두 합쳐봐야 4일 치 수준”이라고 말했다. 평균 20일 치 재고분을 보유한 현대차 부품사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미후네 공장엔 설비마다 시간당 생산 목표와 현황, 가동률 등이 표시되는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다. 공장 곳곳엔 직원들의 생산 실적과 근무 상태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표들이 붙어있다. 우메무라 회장이 강조하는 ‘생산 상황 가시화’다. 뛰어난 업무역량을 갖추고 생산 현장의 최일선에 투입된 베테랑 반장들도 미후네의 자랑거리다. 그는 “설비에서 불량 신호가 감지되면 공장에 경고음이 울리고 반장이 즉시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설비 가동률을 높이고 다양한 아이템을 생산하기 위해 금형 교체 시간을 대폭 줄인 것도 눈에 띈다. 기존엔 금형을 한 번 교체하는 데 30분가량 걸렸다. 하루 다섯 번 교체하다 보니 150분간 설비는 멈춰있었다. 지금은 4분 만에 작업이 이뤄진다. 우메무라 회장은 “금형 교체 작업에서 사전·사후 작업을 정교하게 진행하는 방식으로 교체 시간을 대폭 줄였다”며 “최근엔 하루에 10번씩 금형 교체 작업을 하는데 총 소요 시간은 40분에 그친다”고 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 업체인 도요타는 TPS(도요타 생산 시스템)를 구현하기 위해 매년 협력사에 생산성과 품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원가도 1~2%씩 절감하라고 주문한다. 이를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업체도 여럿 있다. TPS는 무(無)재고와 무결점의 생산 능력과 필요한 제품을 적기에 생산하는 ‘JIT(저스트 인 타임)’으로 설명된다. 도요타 협력사들 사이에 ‘스스로 공정의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한다’는 의미의 자주연구활동이 자리 잡은 배경이다.
이날 아진산업 관계자들과 부품사 대표들은 꼼꼼히 미후네 공장 생산 현장을 살폈다. 이번 방문은 협력사 임원진이 도요타 부품사의 공정을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아진산업이 마련했다. 생산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부품사 공정 개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협력사 대표는 “공정 자동화를 가속화하고 직원들의 불필요한 작업을 줄이는 방식 등을 도입해 불량률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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