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올해 들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3000건도 넘어서면서 시장에서는 "집값이 바닥을 다진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하면서 거래가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집값이 회복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는 31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41건보다 1414건(44.81%) 늘어났다. 올해만 놓고 보면 △1월 1481건 △2월 2457건 △3월 2979건 △4월 3155건으로 4개월 연속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모두 7880건이었는데 올해 1~4월까지만 놓고 보면 1만72건이 거래돼 이미 지난해 상반기 수준을 뛰어넘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송파구가 270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동구 243건 △노원구 215건으로 200건을 넘겼다. 지난해 집값이 급락해 ‘급매물’이 쏟아졌던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많이 이뤄진 것이다. 이어 △강남구 184건 △성북구 170건 △강서구 159건 △영등포구 158건 △구로구 153건 등 순이었다.
단지별로 이뤄진 거래를 살펴보면 더 뚜렷하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송파구에서 이뤄진 거래는 모두 953건으로 지난해 716건보다 200건 이상 늘었다. 강동구도 같은 기간 536건에서 803건으로 증가했다.
거래량은 전문가들이 집값 반등의 주요 조건 가운데 하나로 보는 지표다. 일부 집값이 아무리 반등해도 수요가 따라붙지 않으면, 즉 거래량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집값이 추세적으로 반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 "집값이 바닥을 지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만 놓고 본다면 집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초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 방안과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효과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가격이 바닥을 찍고 금리가 높다는 인식도 많이 옅어졌다"며 "바닥을 다지는 구간은 맞지만 당장 'V자'로 반등한다거나 하는 것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분석했다.
반면 거래량은 회복은 일시적이며 집값 반등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대표적인 집값 하락론자인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거래량이 회복한 것은 최근 급매물이 쏟아진 데 따른 반발 매수 때문"이라면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보더라도 4월 수준에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도 단기간 하락한 집값이 소폭 하락하자 실수요자들이 매수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값 반등을 얘기하기엔 아직 이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 역시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평균은 6000건으로 4월 기준 3000건대 거래량은 평년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서 "조만간 집값이 다시 하락하는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 집값은 이달 넷째 주(22일) 기준 0.03% 상승해 지난해 5월 첫째 주(0.01%) 이후 1년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서울 집값은 지난해 5월 첫째 주 0.01% 상승했지만, 보합을 유지하다 5월 말 0.01% 하락한 이후 지난주까지 51주 연속 내림세를 유지했다.
다만 서울 아파트 매매심리는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78.4를 기록했다. 올해 초 64.1보다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보다 집을 팔려는 집주인이 더 많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와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뜻이다. ‘200’에 가까우면 반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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