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보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6만6000원에 전량 팔았습니다."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대에 이르자 허겁지겁 주식을 팔았다. 이달에만 2조원어치나 순매도했다. 주식 커뮤니티에는 "삼성전자 주가를 너무 빨리 팔았다"고 한탄하는 개미들도 적잖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개미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주식을 싹쓸이하는 중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미는 이달 1~26일에 삼성전자 주식 2911만주를 1조982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개인 투자자 순매도 1위 종목이었다. 순매도 2위 종목은 SK하이닉스로 9256억원어치나 팔았다.
이 기간 개미들의 삼성전자 매도 평균 가격은 6만7845원이었다. 지난 26일 종가(7만300원) 대비 4.17%(2915원) 낮은 가격이다. 개미들의 SK하이닉스 매도 평균단가(9만7232원)는 26일 종가보다 12.31%(1만1968원) 낮았다.
외국인은 개미가 매도한 삼성전자 주식을 싹쓸이했다. 외국인은 이달 1~26일에 삼성전자 주식 2911만주를 1조9754억원에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으로 등극했다. 순매수 2위는 SK하이닉스로 1조1314억원어치나 매입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평균단가는 6만6878원으로 26일 종가 대비 5.12%(3422원) 낮았다.
저조한 흐름을 보이던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치솟으면서 개미가 차익실현에 나선 결과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18%(1500원) 오른 7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7만원을 웃돈 것은 지난해 3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8만~9만원에 매입한 삼성전자 주가로 속앓이하던 개미들이 '풀매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미들은 삼성전자 매각 자금으로 코스피 하락에 베팅했다. 개미는 이달 1~26일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선물 인버스2X’를 1286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200 주가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 같은 개미들의 선택을 놓고 회의적 반응도 적잖다.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의 반도체 재고량이 4년 만에 감소하는 등 반도체 경기 회복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GPU CPU 수요가 늘었다는 방증으로 이들 제품의 보완재 성격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엔비디아 인텔 퀄컴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삼성전자 파운드리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행보가 멈춘 것도 한국 증시에 희소식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한국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손실 우려가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 행렬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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