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투자 명당’으로 꼽히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수도권 물류센터가 찬밥 신세에 놓였다. 지난해 이후 높아진 공사비와 수익률 저하로 착공을 미루는 사업지가 적지 않다. 이들 사업지를 매수한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업계에선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공급량 분석을 통해 고급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선별해야 손해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도권 물류센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크게 늘었다. 2020년 4월 501만9031㎡를 기록했던 건축허가 면적은 2021년 같은 기간 856만4930㎡로 불어났다. 지난해에도 725만2464㎡가 건축허가를 받았다.
코로나19 기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물류센터를 가장 좋은 투자처로 꼽았다. 전통적으로 물류센터 투자 비중을 늘려왔던 기관뿐만 아니라 몇 년 사이 부동산수익증권을 활용한 개인 투자도 늘었다. 특히 개인의 부동산 조각투자가 크게 늘며 수도권 물류센터 거래 규모는 2019년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3조9000억원, 2021년 5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물류센터가 단기간 우후죽순 늘어나며 사업성이 크게 악화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공사비 인상이 겹치면서 건축허가를 받고도 착공을 미루는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착공이 이뤄진 수도권 물류센터 면적은 122만9563㎡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510만6128㎡)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 물류센터 전문 부동산개발사 관계자는 “경기 용인의 경우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넘어가지 못한 사업장만 180만㎡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공사비와 대출 이자가 무서워서 허가받고도 삽을 뜨지 못하는 사업장이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공실률도 투자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노후화가 심한 창고를 중심으로 공실률이 크게 늘어 인천은 지난해 4분기 기준 물류센터 공실률이 25%까지 치솟기도 했다. 경기 오산과 안산 등의 물류센터 공실률이 20%에 근접하며 일부 사업장은 큰 손해를 봤다.
그러나 업계에선 아직 ‘A급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투자하면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급’은 바닥면적이 3만3000㎡ 이상이면서 수도권에 있는 100% 상온·저온 물류센터를 의미한다.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1분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수도권에서 21개의 신규 A급 물류센터가 약 170만6028㎡ 규모로 공급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비교적 교통 여건이 좋고 임대료 하락이 적은 지역의 대형 물류센터 투자가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상업 부동산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A급 물류센터 공급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낡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물류센터는 임대료와 거래가격이 더 크게 하락할 것”이라며 “무분별한 투자보다는 엄선된 A급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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