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떠난 홍콩의 불 꺼진 사무실…中기업들이 메운다

입력 2023-05-30 07:09   수정 2023-06-22 00:02


코로나19 이후 공실률이 급증한 홍콩 상업지구 오피스빌딩에 중국 본토 기업들이 임차인을 자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는 최근 스위스 대형은행 줄리어스베어로부터 홍콩 사무실을 인수했다. 해당 사무실은 홍콩에서 두 번째로 높은 오피스빌딩에 있는 1만6000평방피트(ft2·약 450평) 크기 사무실이다.

또 다른 소식통들에 의하면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기집단의 계열사도 홍콩 상업지구 중앙에 위치한 400평짜리 사무실에 입주할 예정이다. 중국석유천연기집단은 해당 공간을 스위스 공유오피스기업 IWG로부터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로산나 탕 홍콩 책임자는 "중국 본토 기업들에 홍콩은 여전히 글로벌 금융 중심지이자 매력적인 곳"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기업들이 떠나간 홍콩의 빈 사무실 공간을 중국 기업들이 대신 채우고 있는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컬리어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홍콩 센트럴 지역의 신규 임대 건수 가운데 중국 본토 기업의 임차 건수는 약 29%를 차지했다. 2021년 23%, 2022년 21%에 비하면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홍콩은 코로나19가 극심할 당시 중국 당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 등으로 인해 해외 기업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홍콩의 오피스 공실률은 최근 약 1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급속도로 늘어난 빈 공간은 임대료를 끌어내리고 있다. 부동산 회사 나이트 프랭크에 따르면 홍콩의 주요 오피스 임대료는 지난해 1년간 6% 이상 하락했다. 2019년 4월 평방피트당 165홍콩달러였던 주요 도심 오피스 평균 임대료는 올해 3월 기준 약 105홍콩달러로 떨어졌다.

대부분의 해외 기업들은 비용 절감, 사무실 통합 등을 위해 홍콩 중심지를 벗어나 외곽으로 이전하거나 아예 싱가포르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 은행 MUFG와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는 홍콩 외곽 지역으로 사무실을 이전한다고 밝혔다. 미국 페덱스는 아태지역 본사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수요 급증으로 인해 싱가포르의 주요 오피스 임대료는 작년 한해동안 6% 상승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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