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초부터 돼지고기 고등어 등 7개 농축수산물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하고, 생강의 경우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수입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수입 관세를 덜어내 상품 가격을 내리도록 만들어 가계의 '밥상 물가'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할당관세령과 시장접근물량 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수입 돼지고기에 대해 4만5000t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할당관세는 일정 수입량까지는 낮은 세율, 초과 수량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세율을 낮추면 그만큼 수입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식품 원재료로 쓰이는 설탕(10만5000t)은 연말까지 할당 관세율을 0%로 낮추기로 했다. 설탕으로 가공되는 원당도 할당 관세율 0%를 적용해 브라질 등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지 않은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인도·태국 등 상반기 주요 생산국의 작황 부진 여파로 설탕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아울러 정부는 오는 8월 말까지 고등어 1만t에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사료 가격 안정화를 위해 가축용 배합사료로 쓰이는 주정박(15만t)과 팜박(4만5000t)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조주정은 올해 하반기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한다.
생강은 시장접근물량을 1500t 늘리기로 했다. 시장접근물량은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물량이다. 생강은 시장접근물량 내에서 관세율 20%가, 그 외에는 377.3%가 적용된다. 지난해 작황 부진의 여파로 지난달 생강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1.9% 상승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원재료 가격 상승에 이은 연쇄 물가 상승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가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과 간담회를 열어 설탕 소비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다만 정부는 0% 할당관세 적용과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양돈 농가, 고등어 조업 어가, 생강 농가 등이 볼 수 피해를 고려해 수입 물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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